3화
하루가 끝났다는 걸
해가 져서 알았다.
시계는 계속 움직였고,
나는 그걸 따라가지 못한 채
뒤에 남아 있는 느낌이었다.
누군가는
오늘을 잘 보냈다고 말하겠지.
성과가 있었고,
웃을 일도 있었고,
계획한 것들을 해냈다고.
나는 그런 하루는 아니었다.
잘한 것도 없고,
크게 실패한 것도 없었다.
그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조심하며 지나온 하루였다.
말을 아꼈고,
표정을 숨겼고,
괜찮은 척하는 법을
한 번 더 연습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유난히 발걸음이 무거웠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지쳐 있었기 때문이다.
괜히 생각이 많아졌다.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언제쯤 숨이 좀 쉬어질까?”
질문은 늘 비슷했고,
답은 여전히 없었다.
그래도
신발을 벗고
불을 켰다.
그 작은 행동 하나로
오늘이 끝났다는 걸 받아들였다.
대단한 하루는 아니었지만,
망가지지도 않았다.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오늘은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설득해본다.
아무도 몰라도 괜찮다.
이 하루가 얼마나 버거웠는지,
얼마나 조심스럽게 지나왔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지금,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이 하루를 버텨낸
너에게 말해본다.
오늘도 살아낸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