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살아낸 너에게

14화

by Asurai

오늘 밤은

유난히 조용하다.

밖의 소음도,

마음속의 생각도

조금은 가라앉아 있다.


예전의 밤은

편한 시간이 아니었다.

하루를 겨우 넘기고 나면

쌓아둔 생각들이

그제야 한꺼번에 밀려왔기 때문이다.


낮에는 버티느라 몰랐던 감정들이

밤이 되면

더 또렷해졌다.

그래서 밤이 오는 게

조금은 두려웠다.


지금의 밤은

그때와는 조금 다르다.


여전히 생각은 많지만,

그 생각들이

나를 끌어내리지는 않는다.

그저

조용히 지나가는

하루의 뒷모습처럼 느껴진다.


오늘을 돌아보면

대단한 일은 없었다.

하지만

무너지지 않았고,

도망치지 않았고,

끝까지 여기까지 왔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오늘의 밤은

충분히 괜찮다.


아무도 모르게

하루를 견뎌낸 시간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마음들,

그 모든 것들이

지금 이 조용한 밤 안에

가만히 놓여 있다.


그리고 나는 안다.

이 밤이 지나가면

또 한 번의 아침이 온다는 걸.


그래서 지금,

조용한 어둠 속에서도

하루를 끝까지 붙잡고

여기까지 걸어온

너에게 말해본다.


오늘도 살아낸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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