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우리는 가끔, 멈추고 싶어진다
다시 걷기 시작했고,
느린 속도도 받아들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은
아무 이유 없이
멈추고 싶어진다.
더 이상 앞으로 가고 싶지 않고,
지금의 자리에서
그냥 그대로
서 있고 싶어진다.
그 감정은
패배와도 다르고,
지침과도 조금 다르다.
그저
잠깐이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다는
조용한 마음에 가깝다.
⸻
이상하게도
우리는 그 마음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이미 다시 시작했으니까,
이미 한 번 결심했으니까,
여기서 또 멈추면
전부 물거품이 될 것 같아서.
그래서 우리는
지친 채로도
계속 가려고 한다.
멈추고 싶은 마음을
게으름이라고 부르며
스스로를 다시 밀어붙인다.
⸻
하지만 돌아보면
멈추고 싶어지는 순간은
대개
지금의 속도가
조금 빠르다는 신호일 때가 많았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숨을 고르자고 말하고 있을 때.
지금은
조금 내려놓아도 된다고
조심스럽게 알려주는 신호.
⸻
이 말을
나는 그때의 나에게 해주고 싶다.
멈추고 싶어지는 마음이
도망의 시작은 아니라고.
그건
계속 가기 위해
잠깐 쉬어가고 싶다는
정직한 감각일지도 모른다고.
모든 전진이
계속된 움직임일 필요는 없다고.
⸻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너에게도
같은 말을 남기고 싶다.
요즘 들어
괜히 아무것도 하기 싫고,
조금은 멈추고 싶어진다면,
그건 네가 약해져서가 아니라
이미 충분히
움직여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멈춤은
항상 끝이 아니다.
때로는
다음 걸음을
덜 흔들리게 만드는
준비의 시간이다.
멈춰서
숨을 고르고,
마음을 정리하고,
다시 고개를 드는 일.
그 정도의 정지는
삶을 망치지 않는다.
⸻
우리는
계속 가는 사람만이 아니라
적절히 멈출 줄 아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 균형이
우리를 오래 가게 만든다.
그러니 오늘
조금 멈춰도 괜찮다.
그 멈춤 역시
네 삶의 일부이고,
결코
되돌아감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