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이 된다면
요즘은 가끔
집에 먼저 들어와 불을 켜두고 앉아 있는 상상을 한다.
아직은 그런 날이 많지 않지만,
언젠가
내가 먼저 하루를 마치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예전엔
기다리는 쪽이 더 편하다고 생각했다.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미 켜져 있는 불빛이 나를 맞이해 주는 자리.
그 자리는
언제나 당연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제는
그 반대의 자리가
조금씩 상상된다.
거실에 앉아
시계를 한 번 보고,
괜히 휴대폰을 들어
아직 읽히지 않은 메시지를 확인하고,
문 여는 소리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드는 사람.
그 자리에 앉아 있다면
나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왜 이렇게 늦어.”라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그저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
괜히 말은 퉁명스럽게 나가도
그 하루가 괜찮았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
예전의 부모님도
아마 그런 밤을
여러 번 지나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은
크게 티 나지 않는다.
대단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자랑할 일도 아니다.
그저
조용히 하루의 끝을
함께 맞이하려는 자리.
아직 나는
완전히 그 자리에 서 있지는 않다.
하지만 가끔
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떤 자리에 서게 되느냐가
조금 더 중요해지는 나이.
누군가를 재촉하기보다
조용히 기다릴 수 있는 사람,
말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사람.
언젠가 그런 사람이 된다면
그날의 나는
지금의 나를 어떻게 떠올릴까.
아마
아직은 조금 서두르던 얼굴,
그래도
조금씩 멈춰보려 애쓰던 밤들.
오늘도
문을 닫고 집 안으로 들어오며
괜히 한 번
불이 켜진 거실을 둘러보았다.
지금은 내가 돌아오는 사람이지만,
언젠가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그날의 밤도
아마
이 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