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그냥 살고 있던 시간

언젠가 나도 그런 사람이 될까

by Asurai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의 이 시간이

나중에는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까 하는 생각.


예전에는

앞으로 무엇을 이루게 될지만 궁금했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는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지금보다 나아진 어딘가에

도착해 있기를 바랐던 것 같다.


요즘은

조금 다른 질문이 마음에 남는다.


나는 앞으로

어떤 얼굴로

하루를 보내게 될까.


저녁을 먹고

조용히 TV를 켜두고,

말없이 앉아 있는 시간이

점점 익숙해지는 걸 느낄 때가 있다.


예전에는

그 모습이 너무 멀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그리 낯설지 않다.


아직 완전히 그 자리에

도착한 것은 아닌데,

어쩐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느낌.


그래서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조용한 뒷모습으로 남게 될까.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하루가 설명되는 사람.


무언가를 보여주기보다는

그저

곁에 머물러 있는 쪽에

더 가까운 사람.


예전에는

그런 삶이

조금은 흐릿해 보였다.

무엇을 이루었는지

잘 보이지 않는 시간 같아서.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조용히 지나가는 하루들이

사실은

가장 오래 남는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크게 기억되지 않아도

누군가의 하루를

무사히 지나가게 만드는 사람.


아마 부모님도

그런 시간을

조용히 살아왔을 것이다.


무엇이 되기 위해서라기보다,

누군가의 곁에 있기 위해

하루를 지나가던 날들.


아직은

그 마음을

다 알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예전처럼 멀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저녁이 오고

하루가 조용히 끝나갈 때면,

그 시간의 끝에서

가끔 그런 생각이 스친다.


언젠가 나도

이 밤을

익숙한 얼굴로 맞이하게 될까.


그리고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어떻게 떠올리게 될까.


오늘도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하루가 끝나는 순간에

아주 잠깐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

조용히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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