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렇게 살고 있었다
돌아보면
우리는 대단한 순간들보다
그냥 그렇게 지나간 시간들 속에서
더 오래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계속 움직이던 날들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은
별일 없이 흘러갔다.
저녁을 먹고,
거실에 앉아 있고,
말없이 TV를 켜두고,
잠들기 전까지
그냥 같은 공간에 머물러 있던 밤들.
그때는
그 시간이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다.
특별하지도 않았고,
기억할 이유도 없었고,
굳이 붙잡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냥 지나갔다.
붙잡지도 않았고,
돌아보지도 않았고,
그저 다음으로 넘어가기 바빴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그때의 시간들이
어디로 사라진 게 아니라,
이렇게 조용히
지금의 나를 만들고 있었다는 걸.
부모님이 살던 시간도
그랬을 것이다.
특별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오래 이어졌던 시간들.
설명하지 않아도
그대로 흘러가던 하루들.
그 안에서
무언가를 증명하려 하지 않아도
그저
살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던 시간.
이제는
그 시간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아직 완전히 닮아가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 자리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
저녁이 오고,
하루가 끝나고,
별일 없는 밤이 이어지는 것.
예전에는
그게 너무 조용해서
불편하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그게 괜히 고맙다.
오늘도
특별한 일은 없었다.
기억에 남을 만한 순간도 없었고,
누군가에게 말할 이야기도 없었지만,
그래도 하루는 지나갔다.
그걸로
충분한 밤이었다.
우리는
어쩌면
아주 오랫동안
그냥 그렇게 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