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집의 냄새
사람의 기억은 냄새로 남는다.
내 유년의 기억은 언제나 **‘낯선 집의 냄새’**로 시작했다.
어릴 적 나는 한 집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
누군가는 같은 벽, 같은 창문 아래서 자라지만,
나는 이사 갈 때마다 달라지는 벽지의 무늬와 낯선 공기의 냄새로 세상을 기억했다.
형과 나는 부모와 떨어져,
사촌인지 친척인지조차 모호한 사람의 집에서 지냈다.
그 집의 공기는 늘 조심스러웠다.
밥상에 앉아도 내 자리가 아닌 것 같았고,
이름을 불러도 낯선 시선이 돌아왔다.
그때 나는 어렴풋이 알았다.
“나는 잠시 맡겨진 아이구나.”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어린 마음에도 **‘티내면 더 불편해진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웃었고, 아플 때는 입을 다물었다.
어느 날, 맨발로 뛰다 압정을 밟았다.
피가 번져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때 처음 배운 말이 있었다.
“괜찮아.”
그건 누가 내게 해준 말이 아니라,
스스로를 달래는 주문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세상을 견디는 법을 배웠다.
참는 법이 내 마음의 가장 오래된 습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