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결국 무너지다 그리고, 군입대
스무 살.
나는 무너지고 있었고, 내 곁의 친구도 무너지고 있었다.
중학생 때부터 붙어 다닌 친구.
세상에서 가장 편했고,
누구보다 오래 함께한 사람이었다.
그 친구는 겉으로 보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단정한 집, 따뜻한 가족, 부족함 없는 환경.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금수저.
하지만 사람 마음 속은,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어느 날 그 친구가 조용히 말했다.
“요즘 너무 힘들다… 나 진짜 많이 버겁다.”
나는 그 말을 읽고도 그대로 폰을 내려놨다.
그때의 나는 나조차 감당을 못 하고 있던 시기였다.
빌려온 시간이 무너지듯, 내 삶도 무너지는 중이었고
누군가의 무게를 받아줄 여유가 없었다.
“나도 버티기 바쁜데…
조금만 나도 숨 좀 쉬자.”
솔직히, 그게 내 마음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그 친구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
“^^그래..”
딱 두 글자와 작은 기호.
가볍고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메시지.
그게 마지막이었다.
다음 날, 친구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었다.
무너져 내린 목소리, 끊겨가는 숨, 이어지지 않는 단어.
“어떡하니… 우리 애가… 어떡하니…”
그 순간, 세상이 조용해졌다.
나는 택시도 못 잡고 뛰어가다시피 장례식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영정 사진 앞에서,
그 자리에서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무너져 내렸다.
목이 찢어질 만큼 울었다.
숨이 끊길 것처럼 울었다.
친구의 누나가 와서 날 붙잡았다.
“괜찮아…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근데 나는 계속 같은 말만 했다.
“내 잘못이에요…
제가 답장했으면…
제가 잡았으면…
나 때문이에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몇 번을 반복했는지도 모르겠다.
고개를 바닥에 박고 울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미안하다는 말뿐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배웠다.
사람은 끝까지 괜찮아 보인다는 것.
겉이 밝다고 속이 밝은 게 아니라는 것.
그리고—
누군가 힘들다고 말했을 때
그 한마디가 마지막 손 내밈일 수 있다는 것.
나는 답장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친구는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그 진실은 지금도 내 가슴에 남아 있다.
내가 조금만…
딱 한 번만이라도…
힘든 너의 말에 귀 기울였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질문을 평생 안고 살아간다.
그 친구를 보내고 난 뒤,
세상은 하루도 멈추지 않았다.
근데 나는 멈춰 있었다.
장례식장에서 울다 지쳐 집으로 돌아와 누웠는데
눈을 감으면 영정 사진이 떠올랐다.
친구가 마지막으로 보낸 저 짧은 메시지가
귀에서 계속 울렸다.
“^^그래..”
그 두 글자가
칼처럼 박혔다.
친구가 떠난 게 현실인데,
나는 그 슬픔 속에서도 또다시
내 빚을 걱정하고 있었다.
“아… 내 돈… 앞으로 어떻게 하지…”
그 순간 스스로가 너무 역겨웠다.
친구를 잃은 마음보다
내 삶이 무너진 현실이 먼저 떠오르는 순간.
“나… 사람 맞나?”
내가 내 자신을 가장 싫어했던 시기다.
사람 하나가 사라졌는데,
나는 살아남기 위해 돈을 걱정했다.
그 죄책감과 자기혐오는
마치 몸 속에 검은 먹물이 퍼지듯
조용히 나를 잠식했다.
나는 매일 술을 마셨다.
술이 아니면 죄책감이 나를 잡아먹을 것 같았다.
한숨을 쉬고, 울다 지치고, 또 담배를 태우고
그리고 또 내 빚을 계산했다.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죽을 용기가 없어서 하루를 버텼다.
그때 깨달았다.
버틴다는 건 살아간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냥…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을 버티던 어느 날,
입영통지서가 도착했다.
스물한 살.
나는 군대로 들어갔다.
무너졌던 마음을 다시 일으키는 건,
결국 누군가의 따뜻한 응원이었습니다.
그 마음이 오늘도 제게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