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조용한 감옥
입영날 아침,
버스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은
어딘가 비어 있었다.
울다 지친 눈,
밤새 술에 데워진 몸,
그리고 말라버린 마음.
훈련소 정문이 보이자
가슴이 내려앉았다.
겁은 아니었다.
그냥…
정말 모든 게 끝난 기분이었다.
“여기서라도 잠시 숨 쉬자.”
삶을 주도하는 게 아니라
삶에게 끌려온 느낌.
입소식 내내
귀에는 아무 말도 들어오지 않았다.
교관이 소리칠 때마다
친구 어머니의 울음이 겹쳐 들렸다.
“어떡하니… 우리 애가…”
그 목소리가
군가보다도 더 크게 울렸다.
내가 고개를 들지 못하는 이유는
군기가 아니라
죄책감이었다.
밤이 되자
불침번 불빛 아래에서 멍하니 천장을 봤다.
여기까지 와서도
머릿속은 돈이었다.
“이자… 계속 붙겠지
출소하면— 아니, 전역하면
무엇부터 갚지…”
친구 장례식장에서 울던 내가
지금은 빚 계산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 역겨웠다.
‘내가 왜 이렇게 되었지.’
그때 처음으로
마음속에서 조용히 목소리가 올라왔다.
죽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사는 게 너무 아플 뿐이다.
하지만 죽지 않았다.
아니, 죽을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날부터 버티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군대에서 사람이 변한다는데
나는 사람이 아니라,
벽이 되었다.
감정이 튀지 않게
생각이 새지 않게
그냥 매일 버티는 벽.
훈련병들 웃는 소리가 멀게 들렸다.
나는 웃지 않았다.
웃는 순간
내 삶이 농담 같아서.
응원은 제게 다시 일어설 용기가 됩니다.
오늘도 함께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