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새벽의 불침번, 고요 속의 소음

by Asurai

기상나팔이 울기 전

가장 먼저 깨어있는 시간.


불침번 명단에 내 이름이 올라올 때마다

남들은 귀찮아했지만

나는 오히려 안도했다.


적어도 이 시간만큼은

누가 나를 보지 않으니까.


겨울은 추웠고

차가운 바닥의 냉기가 발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복도에 희미하게 번진 형광등 불빛.

창밖엔 눈이 내릴 듯 말 듯한 새벽 공기.


내가 혼자 깨어 있을 때,

세상은 멈춘 것 같은데

오히려 내 안은 더 소란스러웠다.


“왜 하필 그때 답장 안 했지.”

“그때 대출금만 신경 썼던 나… 진짜 사람이었나.”

“빚이 무서워서 사람을 놓쳤구나.”


말이 없는데

머릿속은 계속 중얼거렸다.


침상에 누워 자는 동기들 코고는 소리,

난방 돌아가는 소음,

멀리서 들리는 감시등 깜빡이는 소리까지.


세상은 조용했지만

나는 시끄러웠다.


그 새벽은 늘 같았다.

차갑고, 길고, 고독하고, 부끄러웠다.


손을 호호 불며

창문으로 내다보면

바깥은 매일 같았다.

고요하고, 검고, 무한한 정막.


그런데 그 정막 속에서

마음이 문득 이런 말을 삼키듯 내뱉었다.


“그래도… 버텨야지.”


이유는 없었다.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도망칠 곳이 없었으니까.


버티는 건 희망이 아니라

어쩌면 포기하지 못한 자의 생존이었다.


하지만 그 새벽,

아주 작게

진짜 아주 작게


“그래도 언젠간 웃을 날이 오겠지”


그런 생각이

1초쯤 지나갔다가 사라졌다.


그 1초 때문에,

나는 다음 날도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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