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법이 쌓여가던 날들
군대생활이 힘들었다고 말하면
웃는 사람들이 있다.
“야, 다 똑같다. 그냥 다녀오면 되는 거지.”
맞다.
다들 힘들다.
근데,
나는 이미 부서진 채로 들어왔다.
그게 다였다.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났다.
몸은 습관을 배웠다.
기상, 점호, 훈련, 식사, 청소, 취침.
기계처럼 움직였다.
근데 마음은…
그렇게 빨리 적응하지 못했다.
훈련장에서 땀 흘릴 땐 아무 생각이 없는데
잠깐 휴식이 오면
머릿속에 불이 켜졌다.
“나는 왜 이렇게 약했을까.”
“왜 그때 더 강하게 버티지 못했지.”
“내가 조금만 더 잘했으면… 그 친구도…”
꿈에서도 친구 얼굴이 나왔다.
잠에서 깨면
내 손이 이불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 와중에,
문득문득 희망 비슷한 게 스쳤다.
식당에서 따뜻한 국물 한 숟갈 먹을 때
선임이 라면스프 더 넣어줄 때
PX 초코바가 손에 쥐어질 때
밤 점호 끝나고 별이 유난히 밝게 보일 때
그 순간만큼은
“살고 싶다.”
그런 마음이 아주 작게 올라왔다.
하지만 그게 올라오면
바로 옆에서 또 다른 생각이 따라붙었다.
“넌 아직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잖아.”
“다들 잘만 살아가는데 왜 너만 제자리야.”
“이건 네가 약해서 그래.”
희망은 올라오는 즉시
스스로 밟아 버렸다.
그럼에도
또 다른 생각이 뒤쪽에서 천천히 따라왔다.
“그래도… 나만 아픈 건 아니겠지.”
“다들 버티고 있겠지.”
“내가 약해도… 그래도 움직이면 달라질까?”
그 작은 질문들이
희망이 아니라 습관처럼 자리 잡았다.
살고 싶고,
도망가고 싶고,
스스로를 탓하고,
그러다 또 버티고.
매일 그 반복이었다.
누군가는 인생이 군대에서 멈춘다고 했다.
나에게는 군대가
비로소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곳이었다.
울어도 괜찮았고,
부서져도 괜찮았고,
다시 일어서도 되는 곳.
버티는 법은
그때부터 천천히, 정말 천천히
몸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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