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노가다판에서 다시 배우는 생존

by Asurai

휴대폰 매장을 나왔을 때

내 주머니엔 아무것도 없었다.


남은 건

손바닥에 남은 미세한 잉크 자국과

씁쓸한 마음뿐.


나는 다시 휴대폰을 들고

일자리 앱을 켰다.


“야간 노가다 인원 모집합니다. 숙식 제공”


머리를 비우고,

몸으로 버티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공사장으로 향했다.


안전모 냄새,

땀과 시멘트가 뒤섞인 공기,

먼지로 가득 찬 새벽바람.


처음 들었을 때

철근 부딪히는 소리가

내 심장보다 크게 느껴졌다.


같이 일을 하던 형님이 말했다.


“젊은 놈이 왜 여기 왔어?”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돈 벌러 왔습니다.”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여기선 사정도, 과거도 필요 없었다.

일을 하면 되고, 버티면 된다.


밤새 철근을 옮기고, 시멘트 자루를 나르고


손바닥은 금방 갈라졌다.

장갑 안쪽으로 스며든 피가

땀과 섞여 따갑게 스며들었다.


허리에서 뜨거운 통증이 올라와도

입술은 깨물고 버텼다.


배고프면

구석에서 뜨거운 물을 부어

컵라면 하나 먹고,


졸리면

벽에 기대 잠깐 눈 붙였다가

깨워지면 다시 들었다.


아무도 묻지 않는다.

꿈이 뭐였냐고,

왜 여기서 일하냐고.


그저,

함께 버티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가끔 들려오는 목소리들


“젊은 놈이 왜 이런 걸 하고있냐?”

“공부 좀 하지 그랬냐.”


그 말들이

비수처럼 꽂힐 때도 있었지만


나는 그냥 웃었다.


“괜찮습니다.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면 되죠.”


하지만 사실은 매번,

가슴 깊숙한 곳에서

작게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월급날

통장 잔고를 확인할 때마다

손이 떨렸다.


저금도, 여유도, 사치도 없었다.


빚 – 생활비 = 0


남은 건

텅 빈 통장과


조용히 피어오르는

작은 자부심 하나였다.


그래도 오늘도 포기하지 않았다.


작업복을 벗고

허름한 숙소에 들어오면


나는 작은 수첩을 꺼냈다.

• 오늘 번 돈

• 남은 빚

• 할 수 있는 일들

• 내일 갈 현장


그리고 마지막 줄엔

항상 이렇게 적었다.


“살고 있다.”


그 문장 하나가

나를 다시 다음 날로 데려갔다.


같이 일하던 형님이 말했다.


“인생은 결국 버티는거야.”

“견디는 놈이 이기는 거다.”


그 말이 농담처럼 들렸지만

그날따라 이상하게 뼈에 박혔다.


그때 나는 알았다.


꿈을 향해 걷는 게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기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나도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기어라도 가는 사람은

넘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그리고 어느 날


육신은 지쳐 있었고

오전 공기가 이상하게 맑았다.


나는 철근을 들다가 문득 생각했다.


“이건 끝이 아니다.

여기서 시작되는 거다.”


그 순간, 한 가지가 마음 안에서 조용히 올라왔다.


“혼자 버텼으니, 이제 올라가보자.”


그리고 바로 그때,

한 단어가 내 삶에 조용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골프 캐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길,

아무도 내게 알려주지 않았던 직업.


그 단어가

내 인생의 다음 문에 손잡이처럼 걸려 있었다.




이 긴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응원 덕분에,

나는 오늘도 다시, 일어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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