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몸으로 버티던 청춘, 꿈 아닌 생존으로

by Asurai

노가다 현장, 먼지가 날리고 철근이 부딪히던 그 바닥 위에서

나는 처음으로 ‘희망’이라는 단어를 다시 떠올렸다.


“요즘 골프 캐디가 돈 잘 번대.”


한 동료가 무심하게 뱉은 그 말 한 줄이

그날 내 귀에서는 명령처럼 들렸다.


돈.

내겐 화려한 단어가 아니었다.

단순히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산소 같은 거였다.


나는 일 끝나고 쇠 냄새 나는 작업복을 입은 채

허름한 숙소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들었다.

남들이 자는 시간, 나는 검색창과 싸웠다.

• 남자 캐디 월수입

• 캐디 현실

• 캐디 되는 법

• 빚 갚는 법

• ‘인생 반등 가능?’


그 밤, 내 눈이 가장 오래 머문 문장은 이것이었다.


“한 달 400이상 가능”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었다.

아마도 그동안 잊고 살았던 감정,

두근거림이었다.


세상은 여전히 나를 밀어붙였고

내 현실은 여전히 바닥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말 작은 틈으로 햇빛이 비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틈에 손을 넣어

미친 듯이 벌리기 시작했다.


남자라서 잘 안 뽑는다?

교육비가 100만 원?

지방으로 내려가야 한다?


상관없었다.

그때의 나는 오직 하나만 생각했다.


“살아야 한다.”


체면?

자존심?

그런 건 이미 빚에 맡겨두고 왔다.


나는 후불제 과정을 신청하고,

‘나중에 갚겠습니다’라는 이름의 희망 계약서에 사인했다.


그날 밤 잠기지 않던 눈꺼풀 위로

희미한 다짐이 내려앉았다.


이번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이건 내 인생 마지막 도박이다.


그렇게 나는

노가다 인부에서

예비 캐디로 인생의 방향을 틀었다.


하루 아침에, 아무도 모르게.

누구의 응원도 없이.


단지,

살아남기 위해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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