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없는 첫날, 그러나 세상은 그대로였다
캐디 숙소 앞 벤치.
해 질 무렵의 공기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손에 쥔 담배를 보다가,
갑자기 숨이 멎는 듯한 감정이 올라왔다.
“끝났다… 진짜… 끝났어.”
수년 동안 따라다니던 그 단어 ― 빚.
누군가에게는 숫자일 뿐일지 몰라도
내게는 족쇄였다. 숨통을 죄던 그림자였다.
그 그림자가
오늘, 드디어 사라졌다.
어깨에 얹혀 있던
커다란 돌덩이가
‘퍽’ 하고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눈물이 천천히,
그러다 조용히,
결국 터지듯 흘러내렸다.
조용한 숙소 앞 마당.
나는 고개를 숙이고 울었다.
울음소리조차 힘이 없어서,
마치 오래된 나무가 부서지는 소리처럼.
“엄마… 다 끝났어.”
떨리는 손가락으로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눈물이 더 쏟아졌다.
“우리 아들… 고생 많았다.”
그 말에 숨을 삼키는 소리.
울음을 참는 듯한 쉰 호흡.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무너졌던 시간 동안
울고 있었던 건 나만이 아니었다는 걸.
내 인생의 무게를
가족도 함께 짊어지고 있었다는 걸.
하지만 그 감격도 잠깐이었다.
눈물을 닦고 일어서려는데,
무릎이 덜컥 힘이 풀렸다.
“아… 이제 몸이 못 버티겠구나.”
하루 네 시간 잠,
에너지드링크 두 캔,
햇빛 아래 계속 뛰던 필드…
젊음으로 버틴 줄 알았는데
사람은 결국 몸이 먼저 무너진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멈춰야 한다.
이번엔 ‘포기’가 아니라 ‘선택’이다.”
다음 길을 생각하니
마음 한편이 설렜다.
캐디였던 내가
드디어 빚 없는 사람이 되었다.
이제는 ‘갚기 위한 삶’이 아니라
‘선택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은 이렇게 속삭였다.
“그래서?
이제 뭐 할 건데?”
바람이 차갑게 불어왔다.
나는 팔을 감싸며 스스로에게 답했다.
“영업이다. 이번엔 내가 사람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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