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믿음이 없는 관계는, 시작조차 아니었다

by Asurai

자동차 매장 첫 출근날.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는 순간,

왠지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새 차의 냄새,

카탈로그가 가지런히 놓인 상담 테이블,

매장 한쪽에서 은근하게 재생되는 팝송.


“여기가… 내 전장인가.”


캐디복 대신 셔츠에 슬랙스.

처음으로 **‘직업인의 얼굴’**을 한 날이었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내게 가장 먼저 다가온 건 환영이 아니었다.


의심이었다.


“영업 쉬운 줄 아냐?”

“남들 다 실패하고 나간다.”

“넌 얼마나 버티려나.”


농담인 척 던져진 말들 속엔

분명한 경계가 있었다.


그리고…

가장 날카로운 시선은

내 옆에서 걷던 사람이 던졌다.


그때 만남을 이어가고 있던 여자친구.

나를 기대 대신,

걱정 아닌 걱정의 목소리로 바라봤다.


“차 영업이… 네가 할 일인가?

안 맞을 것 같은데.”


그 말이 아직도 귀에 남는다.

걱정처럼 들렸지만,

실상은 불신이었다.


그녀에게 나는

‘가능성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불안한 사람’이었다.


잠시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누군가의 의심 앞에서

사람은 이렇게 작아지는구나.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서

조용히 무언가가 ‘툭’ 하고 끊어졌다.


“나를 믿지 않는 사람과는

멀리 못 간다.”


그녀를 원망하고 싶진 않았다.

내가 만든 인생의 기록들이

나를 그렇게 보이게 했던 것도 사실이니까.


하지만 분명했다.


나는 더 이상

설명해야만 믿음을 얻는 관계 속에 있고 싶지 않았다.


그날 밤,

밖에서 혼자 맥주 한 캔을 마셨다.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은

피곤하고 조금은 초라했지만,

눈빛만큼은 단단했다.


“이번엔 나를 믿어줄 사람 말고,

나를 믿는 나로 가자.”


그렇게 마음을 정리했다.

그리고 조용히 결심했다.


이별을 준비하자.

사랑은 마음이지만,

미래는 의지다.



그 다음 날부터

나는 전투 모드로 들어갔다.


전화 수십 통,

거리 명함 돌리기,

매뉴얼 암기,

고객 시뮬레이션 훈련…


퇴근하면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심장은 타오르고 있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삶은 언젠가 반드시

결과로 증명하게 한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하루라도 더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마음 한켠에서

미묘하게 미소가 번졌다.


“보여주자.

이번엔 정말 끝까지.”




오늘의 글이 당신의 마음에 닿았다면,

한 번의 응원이 제게 다시 일어설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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