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첫 계약 “나는 된다”의 시작

by Asurai

우리는 그렇게 끝났다.

울지도, 붙잡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서로의 번호를 지웠다.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믿음이 없어서.

그게 더 아프다는 걸, 나는 그날 처음 알았다.


혼자 걸어 나오는 길,

가을 저녁 바람이 볼을 스쳤다.

유난히 쓸쓸한 바람이었다.


“괜찮아. 외로워도 가야 해.”


그 말을 속으로 되뇌며

나는 매장 문을 다시 밀고 들어갔다.


그때 내 앞에는

더 이상 ‘누군가와 함께 가는 미래’가 아니라

**‘내가 반드시 걸어가야 하는 길’**만 남아 있었다.



처음 잡은 상담 카드.

처음 건넨 명함.

처음 손에 쥔 계약서 양식.


손끝이 조금 떨렸다.

두려움이 아니라…

기대 때문에.


고객이 이렇게 말했다.


“신입 같은데… 잘할 수 있겠어요?”


잠깐 웃었다.

내가 건넨 대답은 짧았다.


“저… 잘합니다. 아니,

반드시 해내는 사람입니다.”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온 순간

내 자신에게도 선언처럼 들렸다.


그리고 종이에 서명이 내려가는 순간—

볼펜이 종이를 긋는 소리가

마치 심장 안에서 터지는 폭죽 같았다.


첫 계약.


종이 한 장일 뿐인데

그 한 장이

몇 년 동안 무릎 꿇고 버텼던 시간들을

조용히 끌어안았다.


“된다.

나는… 되는 사람이다.”


그날 밤,

나는 매장 밖 벤치에 앉아

밤하늘을 오래 올려다봤다.


눈물이 찔끔 났다.

기쁨 때문만은 아니었다.


막막했던 청춘을

드디어 끌어안고 위로해준 순간이었으니까.


바람이 스치며 속삭이는 듯했다.


“조금 늦었을 뿐이야.”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는 늦었지만, 멈춘 적은 없다.”




응원은 제게 다시 일어설 용기가 됩니다.

오늘도 함께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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