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계단처럼 올라가던 시절
첫 계약 이후,
내 일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보던 건
휴대폰 알람도, 날씨도 아니었다.
전날 상담 리스트.
“오늘 누구에게 다시 전화할까?”
“어제 한 멘트 중에 보완할 게 뭐였지?”
거의 병적이었지만
나는 그걸 집착이 아니라 생존이라 불렀다.
매장에는 전설 같은 사람이 있었다.
그가 손님을 응대하면 모두가 숨을 죽였다.
그만큼 완성된 사람이었다.
그가 어느 날 조용히 나에게 말했다.
“넌 더 위로 올라 갈 수 있는 놈이야.
그러니까, 날 넘어서봐.”
격려가 아니라 선언처럼.
그리고 그 말은 나를 찔렀다.
무모함이 아니라 가능성으로.
그날 이후 나는
그 선배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갔다.
• 어떤 질문을 먼저 하는지
• 고객의 표정을 어떻게 읽는지
• 가격 얘기를 꺼내는 타이밍
• 계약서를 꺼내는 손의 속도와 표정까지
심지어 퇴근 후
그 선배의 말투까지 따라 하며 혼잣말을 했다.
웃기지?
근데 난 그때 진지했다.
미친 사람처럼.
“저 사람을 뛰어넘기 전까진,
나는 멈출 수 없다.”
메모장엔 숫자만 남았다
고객 한 명 상담이 끝나면
주머니에서 구겨진 종이를 꺼냈다.
• 나이
• 가족 구성
• 예산
• 선호 브랜드
• 반응 좋았던 말
• 눈이 흔들린 순간
한 명, 두 명, 열 명…
나중에는 하루 메모가 열 페이지가 넘었다.
집에 돌아오면
그 메모를 다시 정리했다.
그리고 물었다.
“오늘 나는 어떤 점에서 부족했지?”
다들 쉬는 시간에 숨 돌릴 때,
나는 다음 상담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그게 꾸준히 쌓였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계약이 계단처럼 올라가기 시작했다.
• 첫 달 : 3건
• 두 번째 달 : 5건
• 세 번째 달 : 8건
• 네 번째 달 : 15건
매장이 술렁거렸다.
“쟤 누구야?”
“신입 맞아?”
근데 난 웃지 않았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으니까.
나는 재능보다 태도를 믿었다
사람들은 종종 말했다.
“영업은 타고나는 거야.”
“넌 원래 말 잘하잖아.”
아니다.
내 말투는 거칠었고,
표정도 딱딱했고,
처음엔 진짜 어색했다.
내 무기는 단 하나였다.
배우는 데 자존심이 없었다.
그걸 깨닫는 순간
영업이 쉬워졌다.
고객과 밀당하지 않았다.
내 자존심은 계약서 뒤에 접어두었다.
그리고 매달 숫자로 증명했다.
어느 늦은 밤
하루 마감 후,
텅 빈 매장에서 혼자 앉아 있었다.
모니터 화면에 떠 있는 숫자를 보며
천천히 숨을 골랐다.
“그래…
나는 바닥에서 올라오는 사람이다.”
사무실 책상 위로,
상장 하나와 트로피가 보였다.
'루키왕'
입사한지 6개월이 넘지않은
전국의 모든 신인 몇 백명 중 1등.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나에게 해낸 것이었다.
웃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더 올라가자.”
그게 다였다.
그 말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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