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전성기, 그리고 균열이 시작되다
계약 숫자가 오르고,
월급이 점점 두꺼워질수록
내 얼굴에는 자신감이 새겨졌다.
아침에 거울을 보면
처음으로 자부심이 느껴졌다.
“나, 드디어 올라가는 건가.”
그렇게 믿었던 시절이었다.
돈은 날 살렸고, 동시에 속였다
통장에 돈이 쌓이기 시작하자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옷을 고를 때 눈치 보지 않았고,
식당 가격표보다 메뉴를 먼저 봤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머리 속에 자리 잡았다.
“지금이 기회다.
조금 더 세게 가보자.”
조금 더 멋진 차,
조금 더 비싼 옷,
조금 더 자신감.
그게 욕심인지
꿈인지 구별할 줄 몰랐다.
아니, 구별하고 싶지 않았다.
냉정해지면 멈출까 봐.
멈추면 다시 바닥이 보일까 봐.
고급 세단의 열쇠
나는 결국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삶을
손에 쥐기로 했다.
선수금.
등록증.
반짝이는 키.
차 문을 여는 순간
그 안에는 엔진음보다
내 심장이 더 크게 뛰었다.
“여기까지 왔구나. 나도.”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몰랐다.
내 발 아래에서
조용히 균열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걸.
‘야, 지금 투자하면 된다니까.’
영업을 잘하던 시절 옆에는
늘 ‘조언하는 사람’이 있었다.
“지금 한 번 크게 가야지.”
“돈 있을 때 굴려야 돼.”
“넌 성공할 스타일이야.”
칭찬은 칼보다 위험하다.
날 세우는 말이 아니라,
방심하게 만드는 말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말에 취했다.
그리고 카드를 긁고,
대출을 돌리고,
계획이 아닌 감정으로 돈을 움직였다.
그때는 몰랐다.
열심히 번 돈도
잘못 쓰면 빚이 된다는 걸.
그리고, 세상이 멈췄다
하루는 쇼룸이 북적였다.
그다음 날은
고요가 빙판처럼 깔렸다.
코로나.
문의 전화가 끊기고,
고객이 사라지고,
내 위에 올라 있던 숫자들이
하나씩 지워졌다.
책상 위 견적서들은
종이가 아니라
내 자만의 잔해처럼 느껴졌다.
통장에 남은 건
돈이 아니라
후회였다.
내가 만든, 내 낙차
스무 살 때처럼 억울하지 않았다.
누굴 원망하지도 않았다.
그때의 실패는
세상이 나를 흔든 거였다면,
이번 실패는
내가 내 손으로 만든 낙폭이었다.
“그래, 이건 내 잘못이다.
남 탓할 이유도 없다.”
그걸 깨닫는 데는
단 한순간의 침묵이면 충분했다.
심장이 내려앉는 그 느낌.
다시 바닥으로 떨어진 현실.
다만 이번엔
눈물 대신 이 한마디가 나왔다.
“다시 시작하지 뭐.”
헬멧을 쓰며, 나는 웃었다
그 후로 나는
차 대신 배달 가방을 메고,
고객 대신 오토바이를 탔다.
새벽 공기가 얼굴을 때리며
귓가에 속삭였다.
“이게 네 현실이야.”
나는 헬멧 안에서
웃음인지 한숨인지 알 수 없는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나는 다시 일어설 거야.”
그 누구에게 하는 말도 아니었다.
오직 나에게만 하는 선언.
다시 한 번
나는 돌아왔다.
바닥에서.
무너졌던 마음을 다시 일으키는 건,
결국 누군가의 따뜻한 응원이었습니다.
그 마음이 오늘도 제게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