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짧은 전성기, 그리고 균열이 시작되다

by Asurai

계약 숫자가 오르고,

월급이 점점 두꺼워질수록

내 얼굴에는 자신감이 새겨졌다.


아침에 거울을 보면

처음으로 자부심이 느껴졌다.


“나, 드디어 올라가는 건가.”

그렇게 믿었던 시절이었다.


돈은 날 살렸고, 동시에 속였다


통장에 돈이 쌓이기 시작하자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옷을 고를 때 눈치 보지 않았고,

식당 가격표보다 메뉴를 먼저 봤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머리 속에 자리 잡았다.


“지금이 기회다.

조금 더 세게 가보자.”


조금 더 멋진 차,

조금 더 비싼 옷,

조금 더 자신감.


그게 욕심인지

꿈인지 구별할 줄 몰랐다.


아니, 구별하고 싶지 않았다.


냉정해지면 멈출까 봐.

멈추면 다시 바닥이 보일까 봐.


고급 세단의 열쇠


나는 결국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삶을

손에 쥐기로 했다.


선수금.

등록증.

반짝이는 키.


차 문을 여는 순간

그 안에는 엔진음보다

내 심장이 더 크게 뛰었다.


“여기까지 왔구나. 나도.”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몰랐다.


내 발 아래에서

조용히 균열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걸.


‘야, 지금 투자하면 된다니까.’


영업을 잘하던 시절 옆에는

늘 ‘조언하는 사람’이 있었다.


“지금 한 번 크게 가야지.”

“돈 있을 때 굴려야 돼.”

“넌 성공할 스타일이야.”


칭찬은 칼보다 위험하다.

날 세우는 말이 아니라,

방심하게 만드는 말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말에 취했다.


그리고 카드를 긁고,

대출을 돌리고,

계획이 아닌 감정으로 돈을 움직였다.


그때는 몰랐다.


열심히 번 돈도

잘못 쓰면 빚이 된다는 걸.


그리고, 세상이 멈췄다


하루는 쇼룸이 북적였다.

그다음 날은

고요가 빙판처럼 깔렸다.


코로나.


문의 전화가 끊기고,

고객이 사라지고,

내 위에 올라 있던 숫자들이

하나씩 지워졌다.


책상 위 견적서들은

종이가 아니라

내 자만의 잔해처럼 느껴졌다.


통장에 남은 건

돈이 아니라

후회였다.


내가 만든, 내 낙차


스무 살 때처럼 억울하지 않았다.

누굴 원망하지도 않았다.


그때의 실패는

세상이 나를 흔든 거였다면,


이번 실패는

내가 내 손으로 만든 낙폭이었다.


“그래, 이건 내 잘못이다.

남 탓할 이유도 없다.”


그걸 깨닫는 데는

단 한순간의 침묵이면 충분했다.


심장이 내려앉는 그 느낌.

다시 바닥으로 떨어진 현실.


다만 이번엔

눈물 대신 이 한마디가 나왔다.


“다시 시작하지 뭐.”


헬멧을 쓰며, 나는 웃었다


그 후로 나는

차 대신 배달 가방을 메고,

고객 대신 오토바이를 탔다.


새벽 공기가 얼굴을 때리며

귓가에 속삭였다.


“이게 네 현실이야.”


나는 헬멧 안에서

웃음인지 한숨인지 알 수 없는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나는 다시 일어설 거야.”


그 누구에게 하는 말도 아니었다.

오직 나에게만 하는 선언.


다시 한 번

나는 돌아왔다.


바닥에서.




무너졌던 마음을 다시 일으키는 건,

결국 누군가의 따뜻한 응원이었습니다.

그 마음이 오늘도 제게 큰 힘이 됩니다.

이전 13화1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