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야간 배달, 다시 일어서다

by Asurai

자동차 영업을 접었을 때,

나는 모든 걸 잃은 사람처럼 텅 비어 있었다.


하루 종일 휴대폰을 붙잡고 있어도

알림 한 번 울리지 않았다.

영업할 때는 몇 분 간격으로 울리던 문자, 전화, 예약 요청…

그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스스로가 투명해진 기분이었다.


달력에 빼곡하던 일정표는

‘계약’이란 단어 대신

커다란 빨간 줄로 덧그어져 있었다.

취소, 취소, 또 취소.


한때는

고객들이 내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건네던 사람이었고,

매장에서는

“쟤 이번 달 또 1등 하겠는데?”라는 말까지 들었었다.


그런 내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오늘은… 누구라도 연락해주면 좋겠다”

라고 바라는 신세가 되어 있었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믿었는데,

그렇게 버텼던 날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끔찍하게 나를 괴롭힌 건,


‘나 자신을 향한 실망감’이었다.


불이 꺼진 방 안,

이불을 덮고 누워 천장만 바라보면

어김없이 되돌아오는 질문이 있었다.


“왜 이렇게까지 되어야 했을까…?”


남들처럼 화려한 성공을 원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나도 남들처럼

‘평범한 삶’만 살고 싶었을 뿐인데.


그런데 나는 늘

조금만 올라가면 다시 추락했다.

조금만 웃으면 다시 울었다.


그 패턴이 너무 익숙해서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런 말까지 나왔다.


“역시… 난 안 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어둠은 더 짙어졌고,

그 어둠이 내 안에 깊이 스며들었다.


그 시절,

나는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조용히 울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 아주 희미한 불빛이 있었다.


그 불빛은

누군가가 건넨 위로에서 온 것이 아니었다.


나를 부둥켜안아주는 사람도 없었고,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빛이 사라지지 않은 이유는 하나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결국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걸.


세상에게 배운 게 있다면,

그건 딱 하나였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된다는 것.


스무 살에 스스로를 잃고도 버텼고,

군대에서 억울함을 씹어 삼키며 버텼고,

캐디 일을 하며 살을 깎아내듯 버텼다.


그러니 이번에도

버티면 된다.


이번에도

넘어졌다고 끝이 아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다시 일어서다’는 말은

누군가가 잡아줘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혼자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것이라는 걸.


그리고 나는 야간 배달로 돌아갔다.

다시, 살아남기 위해


밤하늘은 차갑고

거리는 적막했다.


누군가는 저녁 식탁에서 웃고 있을 시간,

나는 헬멧을 눌러쓰고

배달앱을 켜고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다.


“따르릉”


호출음이 울릴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 소리는 나에게 단순한 주문 알림이 아니었다.


“너는 지금도 살아 있다.”

“다시 빚을 갚을 수 있다.”

“넌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다시 시동을 걸었다.

밤거리를 가르고 달렸다.


낮에는 자고, 밤에는 달리고,

몸은 부서져갔지만

멈출 수 없었다.


왜냐하면 멈추면

어둠 속에서 울고 있는 과거의 내가

다시 나를 붙잡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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