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배달, 다시 일어서다2
달리는 동안만은, 과거가 나를 따라오지 못했다
야간 배달을 시작한 첫날,
나는 오토바이 위에서 처음으로 이렇게 느꼈다.
“그래… 움직이면 살 수 있다.”
정지해 있으면 잡아먹힐 것 같았고,
멈추면 다시 과거가 목덜미를 움켜쥘 것 같았다.
그러니 달렸다.
추워도 달리고, 배고파도 달리고, 졸려도 달렸다.
엔진 소음은 내 심장 소리보다 컸고,
그 덕분에 머리 속의 잡음이 잠시씩 잠잠해졌다.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거칠었다
야간 배달은 절대 ‘쉬운 돈’이 아니었다.
그건 살아남기 위한 전투에 가까웠다.
어떤 날은
술 취한 손님이 욕을 퍼부었고,
어떤 날은
늦게 왔다며 상대가 오히려 나에게 화를 냈다.
오토바이 사이를 스치듯 지나가는 차량들은
내 생명줄을 잡아당기는 것처럼 느껴졌다.
비 오는 날엔 시야가 흐려져
브레이크를 잡는 손이 떨렸고,
한겨울엔 두 손이 얼어붙어
엑셀을 돌릴 때마다 통증이 손목까지 올라왔다.
어떤 날은
누군가 나를 밀치고 도망갔다.
넘어지던 순간,
오토바이의 털어내는 쇳소리가
내 자존심 긁히는 소리처럼 들렸다.
그래도 또 일어났다.
왜냐하면 선택할 수 있는 게 그 밖에 없었으니까.
잠깐이라도 물러서면
모든 과거가 순서대로 몰려왔다.
스무 살의 나.
도장, 신분증, 카드가 모두 사라지고
억울함에 숨조차 쉬지 못하던 그 밤.
헌병대 조사실에서
“증거가 너무 확실합니다”
그 말 한마디로
내 인생이 무너졌던 순간.
전역하자마자 쏟아지던 빚 독촉 고지서들.
그리고
하루 종일 자취방에 주저앉아
한숨만 내뱉던 그 스무두 살의 나.
그 모든 모습이,
오토바이에서 내려 쉬는 순간마다
내 앞에 앉아 있었다.
그래서 쉬지 않았다.
달렸다.
심장이 뛰는 동안엔
과거도 나를 잡지 못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작은 희망이 찾아왔다
야간 배달을 시작한 지 두 달쯤 됐을 때였다.
통장을 열어보니
비록 작지만
매달 빚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누군가에겐
별것 아닌 금액일지 몰라도,
내겐 그것이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처음엔 억울해서 울었고,
나중엔 분해서 울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나는
눈물 대신,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게 맞다.
남 탓하지 말고,
내 손으로 다시 일어나자.”
그 말이
내 삶 전체에 다시 불을 붙였다.
그런데… 야간 배달에도 한계는 있었다
야간 배달은
몸을 까먹는 일이었다.
수입은 하루는 많고, 하루는 적고,
예측하기 힘들었다.
잠은 하루 4시간 남짓.
그마저도 깊게 자지 못했다.
오토바이 브레이크 소리가 들리는 순간
벌떡 깨던 날도 많았다.
그리고 결국
그날이 왔다.
작은 사고 하나가 모든 걸 무너뜨렸다
그날은 주문이 폭주하던 날이었다.
배차가 밀리면서
한꺼번에 여러 건을 잡았다.
“조금만 더 빨리 하면 된다.
조금만 더…”
그 조급함이 화를 불렀다.
앞차가 급정거했고,
나는 피하지 못했다.
“쿵—!”
작진 충돌이었지만
오토바이는 크게 망가졌다.
다행히 몸은 멀쩡했지만
수리비만 150만 원.
사장님과 얘기 끝에
한 달 30만 원씩 갚기로 했지만,
그날 밤,
고장난 오토바이를 바라보며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엔진이 식는 소리마저
내 마음 식는 소리처럼 들렸다.
“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나…”
그 순간,
또다시 무너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올라왔다.
응원은 제게 다시 일어설 용기가 됩니다.
오늘도 함께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