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로서의 첫 카우치서핑: 몽골과 서머타임

집이 없던 밤들

by 윤샹
몽골에 다와간다!

중국에서 시작된 배낭여행은 트랜스몽골리안 기차를 타고 몽골로 이어졌다. 몽골은 주 여행지는 아녔으나

시베리아 횡단 열차로 갈아타기 위해 거쳐야할 관문이었는데 이곳에서 첫 카우치서핑을 시작했다.

한국에서 호스트로서 다양한 게스트들을 받아 봤기에 게스트로서 잘할 자신이 있다고 자부하며 넘어간 몽골.

하지만 처음부터 쉽지 않았던 몽골로의 여행기.


베이징에서 출발하기 전 몽골 울란바토르에 사는 카우치서핑 호스트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그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파견되어 살고 있는 호스트는 레퍼런스도 좋고 사람이 선해보였다.

몇 시에 역에 도착한다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기차를 타고 도착했는데 이게 왠열.


몽골에는 여름에 서머타임이 있다.....


덕분에 그 무더운 여름 역에서 한 시간이나 나를 기다린 호스트..... 몽골의 좋은 날씨에 너무도

기분 좋은 나였지만 그는 살짝 기분이 상한듯 보였다. 둘이 어색하게 집으로 돌아가다 보니 택시 안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나의 이전 기억들이 떠오른다.


한국에서 내가 호스트로 지낼 때도 이런 적이 몇 번 있었다. 만나기로 한 시간에 연락도 잘 되지 않고

늦게 오는 게스트들. 그때마다 그녀들을 기다리며 속으로 '예의가 없다 미리 연락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하며 얼굴을 붉히곤 했었는데. 막상 내가 게스트가 되고 보니 와이파이 없이는

제대로 연락하기도 어렵고 서머타임이라던지 여행지에서 생기는 예외들에 나도 모르게 무례를

범하게 되는 경우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카우치서핑 게스트들이 자신의 나라에서 사다준 선물

이 생각을 하다 보니 이전에 이슬람 문화권을 이해하지 못해서 생겼던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우리집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놀러오는 게스트들이 많았다.

이번 배낭여행 전에 해외를 나가본 적이 없던 나는 그들의 문화를 전혀 알지 못했고 그들이 놀러와서 전해주는 그들의 작은 문화에 늘 신기해하곤 했다. 시간이 되면 이불을 접고 한 방향을 향해 기도하는 모습이 놀라웠고 그들이 쓰고 간 방에 남은 향 냄새, 향신료 냄새에 한국에서 그나마 이국적인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러다 하루는 너무 화가 났었는데 그 이유는 화장실 때문이었다. 그 친구들이 화장실을 쓰고 나오면 꼭 변기를 비롯하여 화장실 전체가 물바다였는데 샤워를 하더라도 좀 치워놓고 나오지 왜 이렇게까지 물바다를 만드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후 알게된 사실이지만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휴지를 사용하지 않고 물비데를 하는데 아마 그 연유로 그 친구들이 화장실을 쓰고 나면 그렇게 물바다가 된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게스트들은 한국의 문화를 알지 못해 그게 당연했을 것이고 나는 그들의 문화를 알지 못해 그 당연함이 이해되지 않았으리라.


이렇게 몽골에서의 첫 카우치서핑을 시작하며 봉착한 서머타임이란 에피소드로 나는 이전 친구들을 떠올리게 됐다. 의도치 않게 문화적 차이와 무지로 인해 발생되는 일들. 이것은 과연 무례라고 볼 수 있는 것일까.


한국으로 돌아가 호스트를 한다면 좀 더 그들을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몽골 호스트의 집 우리 짐으로 한 가득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호스트의 집에 도착했고 햇살 좋은 창가에 앉아 직접 키운 야채를 따서

음식을 해주고 블루투스 스피커로 노래를 틀어주는 이 사람을 보며 나이차가 얼마 나지 않음에도

이렇게 자신의 일상을 아름답게 가꾸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구나 하며 놀랬다. 먹고 싶은 음식을

물어주고 식후에 향긋한 바닐라 티를 내어주는 호스트에게 감동했달까. 그 후에도 여행 중에 간간히

전화로 잘 돌아다니고 있냐고 필요한 것은 없냐고 물어주는 호스트를 보며 아 이런 것이 정말

보답을 필요치 않는 베풂이구나 하는 것도 느꼈다.

우리동네에서 신난 내 게스트

나는 한국에서 어떠했던가. 과연 그렇게 상대에게 많은 것을 관대하게 베풀고 나눴던가.

이 낯선 곳에서 호스트 하나만 믿고 숙소가 아닌 사람에 의존하여 나를 믿고 우리집에 머물러준

이 친구들에게 내 나라에 대한 좋은 인상을 주긴 했을까.


카우치 서핑을 하며 집 없는 밤들이 사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낯선 사람이 베풀어주는

온정에 기대어 시작하는 그 나라에서의 여행. 호스트였을 땐 알지 못했던 게스트의 상황과

호스트가 게스트에게 주는 크나는 영향.


집 없는 밤들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작가의 이전글제2의 고국이 된 중국: 타인은 낯설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