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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기정 Jul 27. 2021

삼청동 외식과 전국민 고용보험

밥상 열셋

요리책은 아닙니다만
모두를 위한 밥상 이야기입니다





취임 2주년 삼청동 청국장 외식

대통령님 취임 2주년에 삼청동에서 외식을 했다. 모처럼 청와대 밖으로 대통령님과 참모진들이 함께 걸어 나가는데 오월의 햇살이 참으로 눈부시다. 가로수의 초록잎들도 싱그럽고 햇살은 투명하고 따사롭다.

대통령님의 추천 메뉴는 청국장이다. 예전에 민정수석으로 일하실 때도 이따금 찾으셨던 단골집이라 하신다. 계단으로 된 청국장집 입구에서부터 구수한 냄새가 풍겨 나온다. 두부와 김치, 야채를 넣고 뭉근하게 끓여낸 청국장이 구수하다. 콩알이 살아있고, 되직한 국물에 밥을 비벼먹어도 맛있다. 정말이지 된장국과 청국장은 언제든 반가운 음식이다. 속도 편하고 뒷맛도 개운하다.

작은 방 하나에 모여 밥을 먹는데, 바로 옆방에서 식사하는 직장인들의 유쾌한 목소리가 왁자지껄 들려온다. 식사를 마치고 방 밖으로 나가니 홀에서 중학생 한명이 대통령님을 깜짝 반긴다. 대통령님은 중학생과 포옹도 하시고 셀카도 찍으신다. 식당을 나서자 거리에서도 대통령님을 알아보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봄햇살처럼 화사한 웃음이 번졌다.

       


취임 3주년 북촌마을 진곰탕 외식

취임 3주년 식사도 청와대 부근이다. 원래는 대통령님이 연차를 쓰시고 양산에 머무를 예정이었는데 이천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하는 바람에 연차를 취소하시고 근무를 하고 계신 상황이었다.

코로나 발생 이후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에 동참하겠다는 마음으로 매주 금요일 점심시간, 청와대 구내식당 문을 닫았다. 3주년 금요일 점심은 북촌마을에 있는 곰탕이다.

이 곰탕집 역시 노무현 대통령 참모 시절 몇 차례 들르셨던 곳이라 한다. 대통령님께서 식당에 들어서면서 주방 쪽으로 고개를 내미시고는 "장사가 어떠시냐"라고 물으신다. 다들 힘든 때가 아니냐는 답변에 맘이 아프다. 밥집의 자리 배치부터 2주년 때와는 사뭇 다르다. 방과 홀로 나눠서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인원수에 맞춰 자리를 잡는다.


      

골프보다 산을 좋아한다는 대통령님과 나의 공통점

곰탕은 후루르 먹고만다. 점심을 마치고나자 시간이 많이 남았다. 곁에 앉은 나는 대통령님께 물었다.

“대통령님은 골프를 안 하십니까?”

대통령님은 왜 그런 얘기를 이제야 묻냐는 듯 흥미로운 대답을 들려주신다. 군에 계실 때 금요일이면 군 골프장을 쇠꼬챙이로 쑤시고 다니며 종일 지뢰탐지를 하셨단다. 너무 힘이 들어 골프장에 정이 떨어졌다고 웃으신다. 이야기를 듣던 테이블 끝자리의 경호실장님이 아마도 지뢰탐지가 있던 다음 날에 당시 대통령의 골프 일정이 잡혀있었을 거라 하셔서 한바탕 웃음이다. 어쨌든 대통령님은 그때부터 골프를 좋아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유인태 수석은 골프를 참 좋아하셨는데, 대통령님은 여전히 군 생각 때문에 그리고 여러 생각 때문에 골프에 정을 붙이지 못했다고 하신다. 그 대신 트래킹을 좋아하신다.

나 또한 골프를 치지 않는다. 시간 나면 산에 가거나 축구를 한다. 청와대에서도 축구단 단장을 했고 시간이 허락하는 주말이면 족구를 했다. 의원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시간만 허락하면 무등산부터 찾는다. 산에서 흘린 땀은 유독 상쾌하고 몸속 노폐물은 물론 마음에 쌓인 묵은 것들까지 씻겨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코로나 정국에서 사회안전망을 다시 고민하다

곰탕을 먹으러나설 때부터 밥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도 거리의 가게들을 보니 걱정이 더 깊어진다. 코로나뿐 아니라 코로나 이후도 걱정이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여행업, 체육시설, 음식점 등 자영업자들의 힘겨움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일 것이다. 그러면서 깊이 고민되는 것이 자영업자를 포함한 전 국민 고용보험 문제다.

재난과 위기가 닥치면 가장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안전망 밖에 있는 사람들이다. 최소한의 안전망이 있다면 위기가 닥쳐도 파고를 넘어설 힘을 낼 수가 있을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실업급여 등의 사회안전망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영세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비정규직, 예술인, 특수고용 노동자 등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우리 정부 들어 청와대 자영업 비서관을 신설하는 등 자영업자들을 복지혜택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청와대 경내로 자영업자들을 직접 초정하는 역대 최초의 자영업자 초청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근본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는 우리 사회 자영업 비율이 너무 높다는 사실이다. 자영업 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7-10%로 맞춰가고, 제조업을 늘려 고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방향인데 그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일자리와 안전망이다.    


  

전 국민 고용보험을 제안하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은 모두의 마음이다. 나도 총선 이후 대통령 자문기구인 정책위 축사에서 던진 제안이었다. 고용안전망위원회로 제안을 했고, 위원회의 책임자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구상인데, 이 문제를 두고 대통령님과 참모들의 장시간 토론이 이어졌다. 재정 당국은 당연히 어려움을 호소한다. 의견은 분분했지만 결국 찬성 쪽이 많았다. 특히 고용노동비서관과 일자리 수석의 의견은 나와 일치한다. 주요 골자는 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용보험 확대다. 단계별 접근을 하자는 것인데, 1단계는 비정규직 임금근로자와 특수고용 노동자 보험을 추진하고, 2단계로 소득파악 시스템을 통해 전 국민 소득을 파악하고 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고용보험을 확대한다. 3단계로 자영업자 등의 고용보험 추진이다. 그 과정에서 두루누리 사업 확대 등으로 정부의 부담을 더 늘려나간다 것이 밑그림이다.

토론을 마친 후 대통령께서는 말로 끝내지 말고 숫자를 담아 계획을 수립해 달라하신다. 더불어 연차별 계획도 구체적으로 세워 달라는 주문을 하신다.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 전 국민 고용보험시대를 담다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이 춘추관에서 있었다. 대통령께서는 코로나로 인해 실직한 사람, 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생계 위기 극복 방안과 관련해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 국민 고용보험시대’의 기초를 놓겠다는 말씀을 연설에 담아내셨다. 고용보험 적용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국민 취업지원제도를 시행하여 우리의 고용안전망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포부를 밝히신 것이다.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인 국민 취업지원제도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합의를 거쳐 국회에 이미 법이 제출되어있는 제도였다. 저소득층, 청년, 영세 자영업자 등에 대해 직업 훈련 등 맞춤형 취업을 지원하며 구직촉진 수당 등 소득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더불어 선도형 경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밝히신다. 한국 기업의 유턴은 물론 해외의 첨단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진취적인 구상이었다. 대한민국이 ‘첨단산업의 세계 공장’이 되는 제조 강국의 기초를 다지자는 의미다.   


   

사회안전망에 대한 오랜 고민

전염병으로 인한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들을 확인하게 되었다. 정부의 방역지침을 충실히 따라준 자영업자들 상당수가 엄청난 고통을 감내하는 모습을 우리는 보았다. 문을 닫은 동네 노래방, 손님 발길이 끊긴 목욕탕과 헬스장, 여행업과 전세버스, 카페와 음식점들을 보며 안타깝고 답답했다.

생각해보면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지점에서 국가의 역할을 늘 고민해왔던 것 같다. 치매와 질병에 고통받는 노인들과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보면서 기초노령연금과 장기요양보호법을 발의했다. 개인이 짊어지기 어려운 문제들, 그로 인해 일상이 무너지는 상황은 국가가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결국 기초노령연금과 장기요양보호법은 치매를 국가가 책임지고, 노후에 대한 일정 정도의 보조를 국가가 감당함으로써 개개인의 일상에 작은 안전장치 역할을 했다.

코로나로 인한 또 다른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 명확해졌다. 천재지변이나 다름없는 위기에 처했을 때, 좌절하지 않고 살아남을 최소한의 안전망을 다시 한번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열심히 살아온 당신, 위기를 혼자 감당해선 안된다

한국 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의 경제활동인구는 약 2700만 명이다. 이 가운데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은 1300만 명, 절반에 육박한다. 학습지 교사와 보험설계사 등 특수형태 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예술인들과 프리랜서 직종 종사자 등 어떤 안전장치도 없이 생업에 매달리는 사람들이다. 노동시장에서 지극히 불안정한 위치에 있는 이들이 사회안전망에서도 배제되어있는 현실을 정확하게 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있는 이들에게 코로나만이 천재지변이 아니다. 아이를 낳거나 몸이 다친다 해도 일에 대한 부분을 보조받을 수 없다. 그냥 개인이 일을 멈춘 채 감당을 해야 한다. 경력이 단절되거나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개인의 고통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손실이다.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에게 닥친 위기를 개인이 혼자 감당하게 해서는 안된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 첫발을 떼다

코로나로 인해 어쩌면 우리의 전국민고용보험이 더 속도를 냈는지도 모르겠다. 2020년 12월부터는 예술인 고용보험이, 2021년 7월 1일부터 보험설계사, 방문 교사, 방과 후 학교 강사, 택배기사 등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12 직종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되었다. 매달 받는 월 보수액이 80만 원 이상이면 가입이 가능하다. 임금근로자에 한정되어 있는 고용보험은 단계적으로 계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2022년 1월부터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일하시는 퀵서비스 기사나 대리 기사분들도 가입이 가능하고, 자영업자의 경우, 임의 가입 형태로 가입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지만 여건을 더 마련해나가고 있다.

삶이 극단으로 내몰리지 않는 안전장치가 있다면, 우리는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와도 버텨낼 수 있다. 함께 위기를 넘길 수 있는 시스템이 바로 공동체다. 정치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강기정의 청와대 밥상 이야기>는 매주 화요일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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