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너는 아주 넓고 깊은 바다잖아

늘 궁금해지는 사람

넘치지도 고이지도 않고 자신만의 파도를 만들며 자유롭게 흘러가는 친구가 있다. 희연이와 함께 있으면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어디를 가든 우리만의 재미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좋아하고 삶에 좋은 영향을 주었던 것들을 늘 나눠준다. 나는 희연이 덕분에 삶에 많은 재미를 알게 되었다. 좋은 카페를 찾아다니는 재미, 높은 산 정상에 올랐을 때의 뿌듯함, 마음이 가는 곳에 멈추며 자유롭게 즐겼던 여행 등등.


나는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이 있을 때 아주 낮은 장벽만 있어도 금방 포기하거나 미루기 일쑤인 사람이었다. 그런데 희연이와 있으면 ‘우리 이거 하자’, ‘저기 가보자’하는 모든 희망적인 이야기들을 빠른 시일 내에 실행하게 된다. 그건 희연이 자체가 하고 싶은 것이 생길 때 빠르게 실행하는 행동력 있는 친구였기에, 곁에 있는 나 또한 같이 행동하게끔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이렇게만 들으면 희연이가 엄청나게 활발하고 대문자E의 성격을 가지고 있을 것 같지만 대문자 I인 나는 그런 사람과 깊은 관계는 잘 맺지 못한다. 그 말은 희연이는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강점을 가져 정반대인 면이 있으면서도, 결이 비슷한 부분도 있기에 이렇게 좋은 친구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희연이는 외향인과 내향인이 아주 적절하게 반반으로 잘 섞인 사람이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이 좋아해 이곳 저곳에 불리는 인기쟁이이면서도, 혼자 카페를 가고 여행을 다니며 책을 읽고 일기를 쓰기 좋아하는 진득한 내향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린 함께 할 때 다양한 모습으로 논다. 거친 숨을 내뱉으며 등산을 하다가도, 각자 좋아하는 책 한 권씩 들고 공원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조용히 같이 책을 읽기도 한다. 여행지를 정하고 쉴틈없이 이곳저곳 맛집과 카페를 찾아다니며 사진 찍기 바쁘다가도, 내 자취방에 있던 테라스에 앉아서 몇 시간 동안 조용히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원래 친구라도 하더라도 각자 고유의 특성이 있기에 어떤 친구와는 생각없이 즐겁게 노는 건 돼도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건 안되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희연이랑 있으면 우린 서로의 모습을 계속해서 바꿔가면서 맞춰가며 다양하게 노는 모습을 보인다.


함께 있을 때 넓어지고 깊어지는 게 동시에 가능한 관계인 것이다. 그래서 난 희연이와 있는 시간을 바다와 같다고 표현한다. 어떨 땐 거친 파도 위에 서핑을 타면서 모험적이고 도전적이며 흥미진진한 일들을 즐기는 것과 같고, 어떨 땐 그저 고요한 밤바다 앞에 앉아서 멍하니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 같기도 하다.


언젠가 정지우 작가님께서 김풍 작가님을 만나러 갈 땐 바다를 보러 가는 시간과 같다고 하셨던 적이 있는데 나는 그 마음이 어떤 느낌인지 너무나도 잘 안다.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기 때문에. 지금은 그 바다가 너무나도 멀리 있어서 이전처럼 쉽게 볼 수 없지만 정말 바다와 같이 어디에 매여있지 않고 자유롭게 흘러가는 희연이의 삶을 동경하다가도 존경하게 된다.


우리가 지금은 각자만의 여행을 하고 있지만 또 어느 순간 다시 만나게 되는 교차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시간이 분명히 있을 거라는 걸 알지만 그게 언제일지 모르기 때문에 더욱 간절하게 여겨진다. 그 시간이 온다면 우린 또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고 어떤 모험을 같이 하게 될까.


작가의 이전글 나를 계속 새로운 세계에 가져다 놓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