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균열

알고리즘 속에 갇혀 있던 나

블루아워가 스며들던 시간, 방은 평소보다 낯설게 찍혔다. 사진의 색감도, 분위기도 예상과는 달랐고 그 익숙하지 않은 결과가 묘하게 불편하게 느껴졌다. 나는 종종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까 봐 늘 같은 방식, 같은 각도에 집착하곤 한다. 안정적인 틀 안에 있어야 안심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일까, 나는 나 자신을 우유부단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단호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망설이다가 결국 익숙한 선택을 반복할 때. 알고 보면 그건 조심스러움이었고, 익숙함을 택하려는 나름의 생존 방식이었다. 나는 때때로 그 조심스러움이 답답해서, ‘확신’이라는 이름을 붙여 나를 정의하려 들었다. 망설이지 않고 선택하는 사람, 분명한 감도를 가진 사람.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낸 확신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건 나를 자유롭게 하는 기준이 아니라, 어느새 반복되는 알고리즘이 되어 나를 고정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매일을 정돈하고, 조명을 조율하고, 색을 고른다. 그건 나를 다잡는 의식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새로운 감정이 들어올 틈을 허락하지 않는 습관이 되기도 한다. 오늘의 이질적인 사진 한 장. 그 작은 어긋남이 내 안의 오래된 알고리즘에 조용한 균열을 만들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 균열이 있어야, 새로운 빛이 흘러들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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