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 잠긴 기분

별로인 내 모습을 마주하는 일

오늘은 비가 오진 않았지만, 하루 종일 꿉꿉했다. 공기엔 습기가 가득했고, 에어컨을 켰지만 작은 냄새마저 짙어져 답답함에 창문을 다시 열었다. 그 순간 밀려오는 바깥의 습기와 온기에 물속에 잠긴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렇게 천천히, 조용히 나의 바다 속으로 잠수했다. 외부가 점점 차단되고, 소리도, 빛도 멀어지자 그제야 내가 더 선명해졌다. 그 깊은 곳에서 나는 문득, ‘나 너무 별로다’라는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그 별로인 내가 바로 나였다는 것을.


잠수함은 바다의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간다. 숨 막히고, 갑갑하고, 어쩌면 위험하지만 그 안은 동시에 너무도 안전하다. 그리고 그 심해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햇빛이 닿지 않아 외면받았던 나의 감정들, 드러내기 꺼려졌던 모습들, 그리고 내가 별로라고 여겼던 나 자신까지. 그 깊은 곳은 어둡고 소외됐지만, 동시에 나를 가장 진실하게 비춰주는 곳이었기에 오히려 마음은 더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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