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의 휴식터 Jan 18. 2023

문과면 돈 못벌잖아요.

인문학은 쓸모없는 스펙?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국어와 사회를 한 층 더 심도 있게 공부하는 문과를 졸업했고, 수학과 과학보다 글을 쓰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읽는 것을 더 좋아했다.

하지만 졸업 후에 바로 마주하게 된 취업과 돈벌이의 문턱은 문과생이 바라보기엔 턱없이 높아 보였다.

주식과 부동산값이 급등하던 작년 2022년, 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은 공자와 같은 성인(聖人)들이 알려주는 지혜가 아닌, 경제뉴스나 신문에서 알려주는 경제학이었다. 어느덧 나의 관심사 또한 인문학이 아닌 매일매일 바뀌던 주식과 집값, 암호화폐 가격들이었고 그 구조를 이해하고 따라가기 위해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경제 책을 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분주히 보내던 와중에 지금은 기억도 안 나지만.. 인간관계서 오는 불안함과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었다. 사실 지나고 보면 '그땐 그랬지'라는 말 한마디로 정리되는 일이지만, 그때 받는 스트레스는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자주 겪는 문제이면서 왜 그리 적응을 못하는지..


이러한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그 상황과 사람을 이해하려고 하였고 그러다 문득  데일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라는 책이 떠올라 읽어보면 좋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책장으로 가서 그 책을 꺼내기 위해 보니, 손이 닿기 편한 위치에 꽂혀 있는 책들은 '부의 추월차선', '돈의 속성' , '누구나 쉽게 하는 경매' 등등.. 경제와 관련된 서적들이었고 내가 예전에 시간을 내어 읽으려 했던 인문학 책들이 책장의 구석 자리를 맡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또 다른 생각 나는 분명 이 책들을 다 읽었고, 난 경제 관련 서적을 읽은 지 좀 지났는데 그 후로 '과연 이 책들을 읽은 후에 나는 부가 축적되었고 경제력이 늘었는가?'


물론, 인간관계론이라는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내가 모든 사람과 잘 지낼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며 이런 경제서적들을 읽고 돈의 메커니즘을 더 잘 이해하여 실제로 더 큰 부를 갖게 된 사람 또한 존재할 것이다.

경제 서적을 읽고 주식 투자에 성공했다면 나의 노력과 성공의 대가로 나의 계좌에 있는 숫자로 확인할 수 있지만, 인간관계에 있어서 만큼은 내가 잘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도 없기에, 즉 성공의 기준이 더욱 불분명하기에 인문학을 배워 성공했다고 말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이런 책들을 읽고 공부할 필요가 없는 것인가?

아니, 이렇게 명확한 지표가 없기에 우린 더더욱이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라고 말하고 싶다.


사회과학 분야를 생각해 보면 어떠한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들을 때, 그들의 대답은 언제나 ' YES or No'이다. 

예를 들어, 지구가 둥근가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YES'라는 대답을 제출한다.

그럼 "연인과 헤어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할까?

혹은 "직장 상사와의 갈등이 생겼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은?

애초에 '예' '아니요'로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긴 하지만, 과학적으로는 분명 다가가기 어려운 질문이다.

(연인과 헤어졌을 때 하는 모든 경우의 수를 데이터로 수집해 가장 좋은 결과를 도출한 행동을 실행하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직장상사와의 갈등도 비슷하게 얘기할지도..)

사실 모두가 알다시피, 연인과 헤어졌을 때엔 단지 헤어지고 난 후 만 바라보아야 할 것이 아니라 '왜 헤어졌는지, 얼마나 만났는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까지' 등등 여러 가지를 확인해야 하며,

직장상사와의 문제를 들었을 때에도 '회사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있는지, 일한 지는 얼마나 되었는지, 직장상사 나이는 또 어떤지 등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너무 많다'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이러한 질문들은 어떠한 과학적 데이터 보단 나보다 먼저 회사생활을 시작한 친구나 선배와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분명, 현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반드시 존재하며 그 무언가는 인간을 연구하는 인문학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 사회, 국어 등등 이러한 과목들은 분명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학문이다. 실제로 돈을 벌기 위해서 필요한 지식들은 아님이 분명하기에 IT, 경제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의견을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아까도 살펴본 예시처럼 사람과 사람의 이해는 과학이 해결해주지 못한다. 자동운전, AI 등등 이 세상에서 과학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문제들은 분명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를 계산적으로 풀어나간다거나 사람을 이해하고자 노력하지 않는다면 차갑고 어두운 로봇들의 세상으로 변하진 않을까? 사람이 사랍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의 가장 밑바탕이 되는 것은 인문학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글을 마친다


작가의 이전글 대체 맥북을 왜 사는 건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