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마케터가 될 상이 아닌데요

EP6. 후원자는 떠나지 않았다.

by 남욘환

그를 만난 계절을 기억하지 못한,
내가 먼저 잊었을 뿐이다.


보고서를 펼친다.
이탈률, 유지율, 리텐션.
숫자들이 주르륵 정렬된다.

그걸 보며 나는 생각한다.

"어디서부터 멀어진 걸까?"


예전엔 후원자 한 명 한 명을
처음 만났던 순간으로 기억했다.


봄날, 벚꽃이 막 필 무렵
우연히 마주친 거리의 캠페인에서,


장마철, 우산을 씌워주시며
“아이들한테 잘 전해줘요”라고 웃던 그 말로.


사람은 '처음의 마음'을 오래 기억한다.

하지만 나는

그 계절을, 그 풍경을, 그 말을 잊고 말았다.


후원자는 숫자가 아니라
그 순간 마음을 내어준 '사람'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사람을 관리하려 들었고,
그 관계를 유지하려 애썼지만,


정작 처음 우리가 왜 만났는지는
묻지 않았다.


후원자의 관리는 엄연하게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를
몇 번 보내는 가에 대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왜 만났는가’를
계속 기억하게 해주는 일이다.


‘진정성’은 자주 연락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후원자에게 보여주는 용기다.


그리고 언제나,

그의 선택을 존중하는 일.


우리가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그 일이 왜 필요했는지,
그 모든 노력이
한 사람의 선택을 잊지 않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우리는 관리가 아니라
기억을 나누는 일을 해야 한다.

기억을 되살리는 캠페인.
마음을 잇는 콘텐츠.
그게 가장 오래 남는 ‘유지 전략’ 아닐까.


ChatGPT Image 2025년 6월 16일 오전 11_21_56.png




다음 화 예고 – 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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