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마음날씨
회의가 끝나고 자리로 돌아오는 길.
사무실의 소음은 그대로였지만
내 머릿속은 멍했다.
“좀 뻔한데요.”
그 한 마디가 꽂혔다.
처음에는 그게 나에 대한 말이 아니라
기획에 대한 말이라는 걸 구분하지 못했다.
기획서를 부정당하면
내 마음도 함께 반려되는 기분이었다.
회의실에선 당당한 척 웃었지만
내 속은 말려들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바꾸라는 거지?’
‘그건 왜 미리 말 안 해줬지?’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나는 칭찬이 고팠다.
잘하고 있다는 말, 괜찮다는 말.
하지만 돌아오는 건
수정 요청 몇 가지와
'다시 써줘' 한 줄.
그래서 종종
좋은 피드백도 상처처럼 들릴 때가 있다.
“지난번보다 좋아졌네요.”
→ 그럼 지난번은 별로였다는 뜻인가?
“요즘 기획이 매끄러워졌어요.”
→ ‘이제 좀 사람 됐네’ 라는 건가?
피드백은 늘
칭찬보다 한 박자 느리게 받아들이고
비판보다 한 박자 빠르게 상처받는다.
그럴 때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 지금, 기획을 고치고 싶은 걸까?
아니면 그냥,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은 걸까?”
대답은, 둘 다였다.
그러다 문득 깨달은 게 있다.
나는 마음이 아픈 날,
기획이 나빠 보인다.
자신감이 흔들리면
문장도 흔들리고,
그 문장 속 진심도 흐려진다.
기획은 결국 마음의 언어다.
그러니
그 마음을 쓰는 사람도
가끔은 다독여야 한다.
다음 화 예고
좋은 기획, 안 되는 현실 – 아이디어의 무덤 앞에서
완벽한 기획서를 만들었는데, 왜 현실은 자꾸 거절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