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마음날씨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땐
온 우주가 날 무시하는 기분이다.
책상 앞에 앉아 몇 시간째
나는 텅 빈 문서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이건 진짜 괜찮은 거야!”
하고 쓴 문장이, 다음날 보면
“이건 진짜 왜 쓴 거야…” 가 되어있다.
머릿속엔 시시한 농담과 어제 먹은 점심밖에 없는데
보고서 마감은 코앞이다.
아이디어는 정말 이상한 생명체다.
짜내려 하면 도망가고
산책 중에 갑자기 툭 튀어나오고
샤워 중에 나타나선,
수건 찾는 사이 사라진다.
때론, 별것 아닌 말에서
별이 쏟아지는 기획이 시작된다.
“이거 그냥 한번 해보는 거긴 한데요…”
그 말 끝에 걸려든 반짝임 하나.
그렇게 수많은 아이디어가
기획자들의 마음속에서 태어나고,
화장실, 카페, 침대 위에서 부화되고,
회의실에서 격렬히 토론되다가,
한 줄 요약도 못 한 채 조용히 사라진다.
그 수많은 ‘좋았지만 현실성이 없었던’ 기획들은
오늘도 보고서 밖 어딘가에서 썩고 있다.
아이디어의 무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무덤이 쌓일수록,
아이디어는 살아난다.
하나가 죽고, 그 자리에 다른 하나가 자란다.
버리려던 문장이, 다른 날 다른 기획의 씨앗이 된다.
이건 기획자만 아는 아주 작은 마법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현실을 무시한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를 적어본다.
지금은 안 될지 몰라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그거 진짜 좋은 기획인데요?”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그 말 한 줄을 듣기 위해,
무덤 하나 더 파는 중이다.
다음화 예고 – 4화
그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요 – 시장을 찾는 마음
좋은 메시지를 만들었는데,
그걸 들을 사람은 정작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