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그 사람은 어디에 있나 - 페르소나

기획자의 마음날씨

by 남욘환

기획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하는 건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 사람’이다.


내 말이 가 닿을 사람.
그 콘텐츠를 보고 미소 지을 사람.
혹은, 무심히 넘길 사람.

그 사람을 떠올리지 않으면,
우리는 그저 우리끼리 떠드는 중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획서 첫 페이지에 꼭 이런 말부터 적는다.


“타깃은 20~30대 여성, 사회적 감수성이 높고,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며,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언제나 이상적으로 존재하지만 현실에선 좀처럼 마주치기 힘든,
기획자의 상상 속 ‘이상형 소비자’.
말하자면, 판타지 속 공감 요정.


우리는 그 사람을 찾기 위해,
정말 별짓을 다한다.


유튜브 댓글창을 500개 정독하고
검색어 트렌드 그래프를 10년치 뽑아보고
모바일 화면 비율에 맞춰 배너 색을 조정하고
심지어 지인에게 “너라면 이 문장에 후원할래?” 묻다가
연락을 끊기기도 한다.

그렇게 밤을 새워 만든 캠페인을
다음날 내부 회의에서 이렇게 평가한다.


“우리 OO(자녀)한테 보여줬는데 별 반응 없던데요?”
“저는 제 지인들한테 물어봤는데 잘 모르겠대요.”


...그 직원 자녀, 타깃 아니고요.


페르소나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하지만, 정말 있다.
그 사람은 어딘가에서 우리 콘텐츠를 기다리고 있다.

길거리에서 포스터를 스쳐본 사람,
메일 제목만 보고 삭제한 사람,
우연히 우리가 만든 영상을 끝까지 본 사람.


우리는 그 사람을 상상하며
오늘도 콘셉트를 고치고
카피 한 줄을 다시 쓰고
DM 색깔을 바꾼다.


그 사람의 시선으로 기획하지 않으면,
그 사람의 손까지는 닿을 수 없다.

우리가 시장을 찾는 이유는
그 사람을 찾기 위해서다.


수많은 숫자 속에 숨어 있는
한 사람의 ‘좋아요’, ‘신청하기’,
혹은 단 한 번의 '눈길'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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