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마음날씨
아침 7시 40분.
출근 준비로 허둥지둥하다가
식탁 옆을 지나간다.
딸아이는 식판 앞에 앉아
유튜브 속 캐릭터를 보며
아침밥을 입에 물고 있다.
나를 힐끗 보더니
한쪽 손을 들어
“아빠 빠빠이” 하고 말한다.
시선은 화면 속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채.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현관문을 닫는다.
그 순간 머릿속에 문득 맴도는 생각.
이 아이는 나를 모른다.
내가 오늘 어떤 사람을 설득하고
얼마나 많은 기획서를 고치며
몇 번이나 한숨을 참고
몇 줄의 말에 나를 갈아 넣는지.
그저 “아빠, 빠빠이”라는 짧은 말로
나의 하루는 이 아이에게서 멀어진다.
그렇게 다시 집으로 돌아와
불 꺼진 방 안에서
작게 숨 쉬는 아이의 이마를 쓰다듬는다.
눈은 꼭 감겨 있고, 손은 여전히 따뜻하다.
나는 오늘 무엇을 남겼을까.
누군가의 마음에 닿은 말이었을까,
아니면 또 성과를 위해 꾹꾹 눌러쓴 전략이었을까.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
성공한 기획이 아니라
부끄럽지 않은 하루다.
지금은 이 아이가 모르더라도
언젠가 나를 이해하게 되면
내가 쓴 문장들이
‘일’이 아니라 ‘의도’였다는 걸
알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하루를 기획한다.
더 솔직하게, 더 진심으로.
유튜브 속 캐릭터보다
조금은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