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마음날씨
아이디어는 늘,
마감 다음 날에 온다.
밤새 써낸 기획서는 미흡하고
회의 중엔 엉뚱한 말을 하다
회의 마친 엘리베이터 안에서야
“아, 이 말을 했어야 했는데…” 싶은 문장이 떠오른다.
메모장은 늘 타이밍을 놓친 문장들로 가득하다.
한발 늦게 도착한 번뜩임,
제때 꺼내지 못한 진심,
사라지고 난 후에야 깨닫는 후원자의 마음.
나는 왜 이렇게 항상
조금 늦게 깨닫는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스스로가 한심하고
어쩐지 자격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늦게나마
떠오르는 그 마음들이
진짜 내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완벽하진 않아도,
늦게라도 고치고 싶고,
전하지 못한 말을 언젠가는 전하고 싶고,
이해받지 못해도 다시 설명해보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들이,
조금 늦게 도착한 진심들이
나를 이 길 위에 계속 서 있게 만든다.
세상은 빠르게 움직이는데
나는 늘 조금 늦는다.
그래도 괜찮다고,
그래도 계속 가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일.
기획자는
타이밍을 놓치는 사람이 아니라,
타이밍을 계속 기다리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라고 여기서라도 위안을 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