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마음날씨
“이거, 지난 기획서랑 비슷하지 않아요?”
한 마디에 움찔했다.
다시 보니 색도, 톤도, 구성도 낯익다.
새로 만든 줄 알았는데,
익숙한 내 손끝이 같은 길을 또 걸었다.
기획자는 새로움을 만드는 사람인데
나는 왜 자꾸 똑같은 걸 반복할까.
게으름일까? 고집일까? 아니면 한계일까?
그런데 오래 들여다보니,
그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같은 말, 같은 색, 같은 구조에
내 감정과 시선이 쌓여 있었다.
‘좋은 말’보다 ‘내가 믿는 말’
‘잘 팔리는 문장’보다 ‘내가 자꾸 쓰고 싶은 문장’
그건 효율을 따지기 전에,
내가 먼저 설득당한 감정들이었다.
기획자의 일은
타인의 마음을 흔드는 일이지만,
그 출발점은 결국 나의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걸
요즘에서야 인정하게 된다.
같은 톤을 고르고,
같은 맥락을 반복하고,
같은 프레임을 재조합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건 조금씩 다르다.
오늘의 내가 만든 ‘조금 다른 나의 언어’니까.
누군가는 그걸 ‘한결같다’고 기억할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는 ‘무난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그 안에서,
나의 결을 알아가고 있다.
나는 자꾸 똑같은 걸 좋아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조금씩 다른 나를 매번 꺼내고 있다.
그게 기획자의 취향이고,
그 취향이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기획의 결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