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마음날씨
아이디어는 반듯했지만, 현실은 구겨져 있었다.
현장을 모르면, 기획은 쉽게 어긋난다.
책상 위에서 만든 기획서는 정돈되어 있었다.
컨셉도 괜찮았고, 일정도 깔끔했다.
엑셀은 색깔별로 정리됐고, 슬라이드는 근거와 논리로 채워졌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나가자, 모든 것이 흐트러졌다.
생각보다 사람이 안 멈췄고, 소음은 예상보다 컸고, 표정은 그다지 반응이 없었다.
그제야 알게 됐다.
현장엔 ‘내가 몰랐던 정보’가 아니라, ‘내가 미처 상상 못한 맥락’이 있다는 걸.
날씨, 소리, 발걸음의 속도, 지나가는 사람의 눈빛…
그런 작은 것들이 기획을 바꿨다.
기획서엔 없던 변수들이, 현장에선 주인공이었다.
좋은 기획은 결국 사람에게 도달하는 기획이다.
그리고 사람은 파일 속에 있지 않다.
책상에서 만든 아이디어가 사람 속에서 다듬어지고,
거리에서, 공간에서, 표정 속에서 완성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기획서를 다 쓴 뒤 현장으로 간다.
기획은 책상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