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기획자의 마음날씨

by 남욘환

기획자는 늘 안다고 말해야 한다.
회의 자리에서는 단호해야 하고,
브리핑할 땐 방향이 명확해야 한다.
질문엔 망설임 없이 답해야 한다.

마치 모든 걸 이미 꿰뚫고 있는 사람처럼.

하지만 나는 안다.

그건 연기라는 걸.

말끝마다 확신을 붙이지만
머릿속은 늘 물음표로 가득하다.

“이게 정말 맞는 걸까?”
“후원자들이 이걸 좋아할까?”
“이 방향으로 가는 게 옳을까?”


스피노자는 말했다.


“자유란, 필연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 말에서

모든 걸 확신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작은 위안을 받으며.


기획자의 자유는

모든 걸 아는 척하는 데서 오지 않는다.
‘아직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 말에서부터 시작된다.


모르는 걸 인정할 때,
기획은 질문이 되고,
질문은 사람의 마음을 향하게 된다.


그래서 요즘 나는 회의 중 이런 말도 한다.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근데, 이런 마음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 말 한 줄로
기획이 조금 더 사람을 닮는다.


완벽한 타깃 분석,
정확한 수치 예측,
멋진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알려고 하는 마음’
그리고
‘틀려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용기’다.


기획자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기획자는 불안을 견디며,
여전히 계속 묻는 사람이다.


모든 걸 안다고 착각하는 순간,
기획은 멈추고
모른다는 걸 받아들이는 순간,
기획은 다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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