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마음날씨
요즘은 말이 잘 닿지 않는다.
기획서도, 이메일도, 슬로건도.
진심을 다해 썼는데, 돌아오는 건 조용한 무응답일 때가 많다.
가끔은
“내가 잘못된 언어를 쓰는 걸까?”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걸까?”
혼자서 조용히 마음의 회의가 밀려온다.
그럴 땐 책상 위에서 조용히 혼잣말을 한다.
“그래도 계속 써야지.”
마치 씨앗을 심듯이.
지금은 땅속에 묻혀 있지만,
언젠가는 어딘가에서 조용히 싹이 틀 거라는 걸 안다.
하루 종일 쓴 문장을 다음 날 보면
“이게 뭐야…” 싶은 날도 있다.
하지만 한 달 뒤, 그 문장이
전혀 다른 기획의 첫 줄이 되기도 한다.
말은 참 이상하다.
쓸 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말이 내 진심을 닮아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전해지지 않을지도 모르는 말을 쓴다.
읽히지 않을 수도 있는 기획서를 쓴다.
읽고 잊힐 슬로건을 고민하고 또 고친다.
왜냐면,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그 말이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지금은 아니어도, 언젠가는.
그 마음으로 계속 쓴다.
기획자의 마음 날씨는
늘 맑을 순 없지만,
비 온 뒤 땅이 굳듯
흐린 날도 분명히 의미가 있다.
그리고 나는 안다.
지금은 외면받는 말이더라도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이 말, 참 고마워요”라고
속삭이듯 말해주는 날이 올 거란 걸.
그러니 오늘도,
기획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