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마케터가 될 상이 아닌데요

EP1. "착한 일 하러 왔는데요, 왜 제 얼굴이 착잡하죠."

by 남욘환

처음엔 몰랐다.
나는 그냥, 착한 사람들끼리 착한 일을 하는 곳인 줄 알았다.

면접에서 말했다.

“저는 사람을 위한 일을 하고 싶습니다.”


면접관은 웃으며 답했다.

“우리 조직은 사람을 소중히 여깁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유일한 탈출 기회였다.


출근 첫날, 나는 ‘사람을 위한 일’을 시작하려 했지만,
현실은 ‘일을 위한 사람’이 되어야 했다.


회의는 많고, 일정은 빠듯했고,
‘함께하는 가치’를 강조하던 조직은

‘같이 일할 사람’을 더 이상 뽑지 않았다.

업무는 끝이 없었고, 기획은 혼자 끙끙대며 짜내야 했다.


그 기획서에는 늘 “감동이 부족합니다”, “조금 더 진정성 있게요” 라는

피드백이 붙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감동? 진정성? 그게 뭔데요...
이 모든 걸 혼자 해내는 제가 감동이고 진정성 아닙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감동과 진정성의 지름길은 예산이었다.


하지만 비영리 마케터에게 예산은 꿈이자 독배였다.
있으면 좋겠지만, 많이 쓴다고 말하면,
그만큼 실제 후원사업에 쓰일 수 있는 몫이 줄어든다.


예산을 많이 받는다는 건,
다르게 말하면 ‘더 많은 후원사업을 해야 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묻는다.

“그 많은 돈이 다 어디에 쓰였느냐”고.
그 질문 앞에서, ‘좋은 기획을 만드는 일’은 늘 불편한 변명이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대로 말하면,
이 일은 그 어떤 마케팅보다도 ‘아웃풋의 희열’이 살아 있는 영역이다.


심지어 그 아웃풋은 제품을 파는 것도, 클릭 수를 늘리는 것도 아니다.
세상에 꼭 필요하지만,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을 바꾸는 일.
변화되어야 마땅한 것을 정말로 움직이게 만드는 일.


“이 캠페인을 통해 후원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

다음 화 예고 – 2화

기획서를 쓰는데 왜 눈물이 날까요

진심을 담은 기획서를 만들고 싶다.

하지만 내 손에는 허덕이는 KPI와 턱없이 부족한 예산뿐이다.

욕을 하고 싶다.

1화 이미지.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