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감동과 성과는 반비례 한다는걸 뒤늦게 알았다.
처음엔 몰랐다.
좋은 일은 좋은 결과로 이어질 거라고 믿었다.
이제 조금씩 느끼고 있다.
아름답다고, 감동적이라고, 좋은 일이라고 해서
성과와 비례하는 건 아니라고.
심지어 가끔은
무표정한 기획이 성과가 제일 좋다.
예전에 돌아보면
기획안을 쓸 때 사업의 디테일이나 효과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
‘이 기획은 진짜 도움이 되는가?’
‘이 활동이 아이들에게, 후원자에게 어떤 의미가 될까?’
‘왜 이 일을 하는가?’
근데 지금의 나는
어느새 부서의 KPI를 먼저 열어보고 있다.
“이거 후원금은 얼마나 나올까?”
“후원 전환율은?”
“노출 대비 도달률은?”
기획의 첫 문장은
'취지'가 아니라 '수치'가 되어버렸고,
사업의 이야기를 담기보다는
‘CTR이 잘 나올만한 스크립트’를 먼저 고민한다.
문득 그런 내 기획안을 보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진정성은, 언제부터 KPI 뒤에 숨게 된 걸까?”
사실은 안다.
진정성 있는 기획이
성과로 이어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걸.
하지만 숫자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도.
나는 오늘도
참여자를 위한 숫자가 아닌
부서장이 좋아할 만한 숫자를 만든다.
그리고 그 숫자를 만들다 보면
가끔,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를 잊는다.
그럴 땐
후원자 한 사람이 조용히 남긴 댓글이
나를 다시 제자리로 데려다 놓는다.
“좋은 사업에 작지만 마음을 보탭니다.”
성과표에는 없는 성과.
그 한 줄이,
오늘도 다시 기획서를 쓰게 만든다.
다음 화 예고 – 3화
후원자님, 제 말 좀 들어주시겠어요?
후원하시는 분들은 모두 좋은 사람인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