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마케터가 될 상이 아닌데요

EP3. 후원자님, 제 말 좀 들어주시겠어요?

by 남욘환

처음엔 그랬다.
‘후원자’라고 하면 왠지
따뜻하고, 너그럽고, 무조건 우리 편일 것 같았다.

내가 고심 끝에 만든 캠페인이라면
“정말 좋은 기획이네요” 하고
기꺼이 후원해 줄 줄 알았다.

그런데 현실은 조금 달랐다.


“문자 너무 자주 와요.”
“DM 너무 길어요.”
“그만둘게요. 요즘 힘들어서요.”

처음엔 당황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후원은 거래가 아니라, 관계라는 것을.
그리고 그 관계에는 유지비용이 든다는 것도...


비영리 마케터가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감사합니다”라는 말 하나에도 전략이 필요하고
“잘 지내시죠?” 한마디에도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


이건 진짜 연애보다 어렵다.


우리는 종종 이렇게 노력한다.

기념일에 카드를 보낸다(매크로 최고).

손편지처럼 보이는 DM을 만들기(템플릿 최고).

전화해서 안부를 묻는다(이탈하지마세요).


조금 가식적일 수 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 모든 건,

진심을 흉내 내려는 시도이자,
진심이 닿기를 바라는 고군분투다.


블로그나 인스타에서

우리가 매크로로 보낸 템플릿 손편지를 붙여두고

후원에 대한 심심한 행복을 표현하시는 분들을 보면


(엑셀로 돌린 거라도) 괜히 코끝이 찡해진다.


후원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다.

그 연결은 숫자보다 감정에 민감하고,
논리보다 타이밍에 예민하다.
그리고 예상보다 훨씬 자주 끊긴다.


예전엔 ‘후원자 관리’라는 말이 조금 어색했다.
후원자를 ‘관리’한다는 말 자체가.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 ‘관리’란, 사실 관계를 지키는 예의라는 걸.


후원자님,저희가 자주 문자드려 귀찮으셨죠?

사실… 저희도 그게 좀 부담인 줄 알면서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랬어요.

그러니 제 말 좀, 들어주시겠어요?




다음 화 예고 – 4화

우리 브랜드엔 정체성이 너무 많다

착한 브랜드, 인증받은 후원기관…

근데 정작 후원자 눈엔 하나도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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