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마케터가 될 상이 아닌데요

EP4. 브랜드 도난사건

by 남욘환

누군가,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을 훔쳤다.


Scene 1. 회의실, 오전 10시

브랜드가 도난 당했다.

그리고 그날, 모든 부서가 조사대상이 되었다.


Scene 2. 용의자 심문

디자인팀

“우린 단지 로고를 좀 심플하게 바꿨을 뿐이에요.
요즘 트렌드에 맞게요.
미니멀, 유니버설, 글로벌 감성!”


커뮤니케이션팀

“저흰 키워드를 정리했을 뿐이에요.
공감, 임팩트, 진정성, 변화…
근데 이상하게 사람들이 안 외우네요?”


해외사업부

“그딴 브랜드보다 현장이 중요하죠.
우린 보고서만 400페이지 냈습니다.
PDF 열어보셨어요?”


마케팅팀

“캠페인 12개 했고요, 다 인증받은 착한사업입니다.
그걸 왜 기억 못 하는 거죠?”


그리고… 나 (속으로)

혹시, 내가 훔쳤나?


Scene 3. 단서 수집


그렇게 몇일이 지난 어느 날

거리에서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시민이 말했다.

“아~ 거기, 아이들 도와주는 데 맞죠?”


그 한마디가
우리가 도난당한 모든 브랜드보다 강했다.


“아이들의 내일을 응원합니다!”
“공감, 변화, 지속가능성!”
“글로벌 착한 브랜드!”


…그 모든 말은 잊혔지만,
그 시민의 말은 남았다.


Scene 4. 진실 발견

사람들은 우리가 쏟아낸 말이 아니라,
‘자기 마음에 남은 장면’을 기억했다.

아이 한 명의 웃음

DM 봉투에 적힌 짧은 문장

거리에서 마주친 캠페이너의 눈빛


그게 진짜 브랜드였다.
슬로건도, 로고도, 인스타 필터도 아니었다.


Scene 5. 범인은… 나였다

나는 기획서에 키워드만 채웠고, 보고서에는 숫자만 넣었다.

사람들의 마음에 남을 한 장면보단, 보고서에 남을 한 문장을 택했다.


우리가 잃어버린 건 브랜드가 아니라 의도였다.

그 의도를 가장 먼저 잃어버린 사람은,
바로 나였다.


에필로그

“아, 거기.
사람 마음 움직이게 만드는 데잖아요.”


그 말 하나면 충분했다.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브랜드.
그게 진짜 우리였다는 걸.



다음 화 예고 – 5화

기획자의 일기장
KPI와 예산표 사이에서
진짜 감정을 꺼내기까지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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