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브랜드 도난사건
누군가,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을 훔쳤다.
브랜드가 도난 당했다.
그리고 그날, 모든 부서가 조사대상이 되었다.
디자인팀
“우린 단지 로고를 좀 심플하게 바꿨을 뿐이에요.
요즘 트렌드에 맞게요.
미니멀, 유니버설, 글로벌 감성!”
커뮤니케이션팀
“저흰 키워드를 정리했을 뿐이에요.
공감, 임팩트, 진정성, 변화…
근데 이상하게 사람들이 안 외우네요?”
해외사업부
“그딴 브랜드보다 현장이 중요하죠.
우린 보고서만 400페이지 냈습니다.
PDF 열어보셨어요?”
마케팅팀
“캠페인 12개 했고요, 다 인증받은 착한사업입니다.
그걸 왜 기억 못 하는 거죠?”
그리고… 나 (속으로)
혹시, 내가 훔쳤나?
그렇게 몇일이 지난 어느 날
거리에서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시민이 말했다.
“아~ 거기, 아이들 도와주는 데 맞죠?”
그 한마디가
우리가 도난당한 모든 브랜드보다 강했다.
“아이들의 내일을 응원합니다!”
“공감, 변화, 지속가능성!”
“글로벌 착한 브랜드!”
…그 모든 말은 잊혔지만,
그 시민의 말은 남았다.
사람들은 우리가 쏟아낸 말이 아니라,
‘자기 마음에 남은 장면’을 기억했다.
아이 한 명의 웃음
DM 봉투에 적힌 짧은 문장
거리에서 마주친 캠페이너의 눈빛
그게 진짜 브랜드였다.
슬로건도, 로고도, 인스타 필터도 아니었다.
나는 기획서에 키워드만 채웠고, 보고서에는 숫자만 넣었다.
사람들의 마음에 남을 한 장면보단, 보고서에 남을 한 문장을 택했다.
우리가 잃어버린 건 브랜드가 아니라 의도였다.
그 의도를 가장 먼저 잃어버린 사람은,
바로 나였다.
“아, 거기.
사람 마음 움직이게 만드는 데잖아요.”
그 말 하나면 충분했다.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브랜드.
그게 진짜 우리였다는 걸.
다음 화 예고 – 5화
기획자의 일기장
KPI와 예산표 사이에서
진짜 감정을 꺼내기까지의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