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옷을 벗어 빨래통에 던졌다. 오늘은 브래지어, 팬티, 삼일동안 나와 함께 잔 잠옷. 이렇게 세 개다. 이게 전부이길 바란다. 오늘 생긴 빨래만큼. 아침은 뭘 먹어야 하나?로 걱정 하나를 정한다. 어떤 치마를 입을까?로 두 번째 걱정도 정했다. 이제 아침을 시작한다.
어제부터 날이 쌀쌀하다. 지난주 시골에서 가지고 온 무가 눈에 들어온다. 들깨 뭇국. 아침은 들깨 뭇국이다. 무껍질을 벗기고 윗둥을 잘라낸다. 뿌리가 있으면 더 오래갈 것 같아 윗동을 먼저 자른다. 윗동에서부터 5mm 두께로 썬다. 15개 정도면 좋다. 뿌리가 그대로 달린 나머지는 다음에 먹을 수 있게 잘 넣어둔다. 썰어진 무를 차곡차곡 어슷하게 되도록 눕힌 다음 채를 썬다. 생채를 할 때처럼 너무 얇으면 씹히는 맛이 없고 너무 두꺼우면 입에 넣기 불편하다. 채를 썰 때가 제일 어려운데 적당히 썰어야 하기 때문이다. 파를 쫑쫑 썰어 준비하면 재료는 끝. 이제 들기름을 두르고 무채를 볶는다. 소금 간을 살짝 한다. 뻣뻣하던 무채가 처지는 느낌이 나면 물을 넣어준다. 먹을 사람의 수만큼. 한소끔 끓고 나면 들깨를 넣고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그리고 쫑쫑 썰어 준비한 파를 넣어 주면 된다. 아침은 이렇게 해결했다.
치마? 어제부터 날이 쌀쌀하다. 치마는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것으로 선택해야 한다. 거기에 양말을 신어도 어울리는 것이 좋겠지. 어제 먹은 삼겹살과 맥주로 살짝 나온 아랫배를 커버해 줄 수 있으면 더 좋겠다. 그렇다면 작년에 산 허리는 고무줄로 되어 편하고 검은색 치마가 좋겠다. 허리부터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길이에 주름이 잡혀 있어 편하다. 도톰하지만 두껍지 않은 모직 소재라 찬바람 불 때 마침맞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갈색이라는 것. 두 번째 걱정도 해결했다.
걱정은 뺄래처럼 매일 생긴다. 조용히 지나가는 하루는 없다. 나는 아침에 생기는 빨래가 몇 개인지 세어보며 하루를 맞는다. 뺄래 개수에서 하나를 뺀 만큼 아침 걱정을 해결한다. 딱 한 개만 남겨둔다. 오늘 걱정은 딱 그만큼만 생기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