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그저 먼저 흔들렸을 뿐

by 상서StellaYoung


나는 학을 전공한 사람도 마음을 치료하는 사람도 아니다.

다만 조금 먼저 흔들린 주변사람들을 많이 보며 지내왔고, 조금 먼저 불안해했고,

조금 먼저 잠에 대해 고민하고 스스로 적극적인 대안을 시도한 사람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방법’이 아니라 ‘경험’으로 전하고 싶다.

불면은 조용히 일상을 무너뜨린다

불면은 드라마처럼 오지 않는다.

갑자기 밤을 새우게 만드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잠드는 시간이 조금씩 늦어지고, 자다 한두 번 깨는 날이 늘어나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잔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반복될 뿐이다.

하지만 그 반복이 며칠, 몇 주, 몇 달 이어지면 하루의 질이 달라진다.

집중이 흐트러지고, 사소한 일에 예민해지고, 기분을 조절하는 데

예전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든다.

나는 그 상태를 “아직 괜찮은 것 같은데, 전혀 괜찮지 않은 상태”라고 부르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잠이 오는 건 아니었다

잠이 안 오는 밤이면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말한다.

“그냥 눈 감고 가만히 있어봐.”

나도 그렇게 해봤다.

불도 끄고,

휴대폰도 멀리 두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마음은 가만히 있는 걸 잘 못한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생각은 더 선명해지고,

내일에 대한 걱정이 하나둘 고개를 들고 얼굴을 내밀었다.

그때 처음 느꼈다. 잠은 ‘멈춤’이 아니라 ‘이동’이라는 것을.

어디론가 자연스럽게 옮겨가야만 잠들 수 있었다.

좋아하는 음악이 항상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잠이 안 올 때 나는 좋아하는 음악도 틀어봤다.

익숙한 노래, 위로가 되었던 멜로디.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히려 더 각성된 상태로 오래 깨어 있었다.

노래는 좋았지만 가사는 생각을 깨웠고, 멜로디는 감정을 불러냈다.

음악을 듣고 있었지만 마음은 쉬고 있지 않았다.

그때 처음으로 이 질문을 하게 되었다.

“혹시…

지금 나에게 필요한 음악은 ‘좋은 음악’이 아니라 ‘맞는 음악’이 아닐까?”

처음 틀어본 ‘의도적인 소리’

그러다 우연처럼 ‘뇌파로 수면을 자극하는 음악’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큰 기대는 없었다.

그저 오늘 밤만이라도 조금 덜 힘들고 싶었다는 말이 어울릴 것이다.

그날 나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잠을 자려고 애쓰지도 않았고, 생각을 막으려 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 소리를 틀어놓고 누워 있었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그것도 생각보다 깊게 몇 시간을 내리 잤다.

사람은 신기한 걸 경험하면 다시 확인하고 싶어진다.

나는 며칠 동안 일부러 이 음악 저음악 검수원이라도 된 것처럼 비교해 보았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잠들기 전 상황을 설정해서 시도해 보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운 밤

좋아하는 음악을 들은 밤

의도적으로 선택한 소리를 틀어둔 밤

결과는 분명했다.

가장 잠이 잘 온 밤은 대체로 세 번째였다.

그때 나는 이걸 ‘우연’이라고 넘기지 못했다.

이 장에서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다.

누군가에게 치료를 의존하기 전 나 자신을 해치지 않는 방향을 찾았고

그 방향의 이름이

‘소리’였을 뿐이다.

대단한 해결책을 제시한다기보다 약을 선택하기 전에

혹은 약과 함께라도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작은 선택지를 꺼내 보이고 싶다.

다음 장에서는 왜 소리가 이렇게 조용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마음을 건드리는지에 대해 내가 느낀 방식대로 이야기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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