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학을 전공한 사람도 마음을 치료하는 사람도 아니다.
다만 조금 먼저 흔들린 주변사람들을 많이 보며 지내왔고, 조금 먼저 불안해했고,
조금 먼저 잠에 대해 고민하고 스스로 적극적인 대안을 시도한 사람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방법’이 아니라 ‘경험’으로 전하고 싶다.
불면은 조용히 일상을 무너뜨린다
불면은 드라마처럼 오지 않는다.
갑자기 밤을 새우게 만드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잠드는 시간이 조금씩 늦어지고, 자다 한두 번 깨는 날이 늘어나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잔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반복될 뿐이다.
하지만 그 반복이 며칠, 몇 주, 몇 달 이어지면 하루의 질이 달라진다.
집중이 흐트러지고, 사소한 일에 예민해지고, 기분을 조절하는 데
예전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든다.
나는 그 상태를 “아직 괜찮은 것 같은데, 전혀 괜찮지 않은 상태”라고 부르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잠이 오는 건 아니었다
잠이 안 오는 밤이면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말한다.
“그냥 눈 감고 가만히 있어봐.”
나도 그렇게 해봤다.
불도 끄고,
휴대폰도 멀리 두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마음은 가만히 있는 걸 잘 못한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생각은 더 선명해지고,
내일에 대한 걱정이 하나둘 고개를 들고 얼굴을 내밀었다.
그때 처음 느꼈다. 잠은 ‘멈춤’이 아니라 ‘이동’이라는 것을.
어디론가 자연스럽게 옮겨가야만 잠들 수 있었다.
좋아하는 음악이 항상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잠이 안 올 때 나는 좋아하는 음악도 틀어봤다.
익숙한 노래, 위로가 되었던 멜로디.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히려 더 각성된 상태로 오래 깨어 있었다.
노래는 좋았지만 가사는 생각을 깨웠고, 멜로디는 감정을 불러냈다.
음악을 듣고 있었지만 마음은 쉬고 있지 않았다.
그때 처음으로 이 질문을 하게 되었다.
“혹시…
지금 나에게 필요한 음악은 ‘좋은 음악’이 아니라 ‘맞는 음악’이 아닐까?”
처음 틀어본 ‘의도적인 소리’
그러다 우연처럼 ‘뇌파로 수면을 자극하는 음악’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큰 기대는 없었다.
그저 오늘 밤만이라도 조금 덜 힘들고 싶었다는 말이 어울릴 것이다.
그날 나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잠을 자려고 애쓰지도 않았고, 생각을 막으려 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 소리를 틀어놓고 누워 있었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그것도 생각보다 깊게 몇 시간을 내리 잤다.
사람은 신기한 걸 경험하면 다시 확인하고 싶어진다.
나는 며칠 동안 일부러 이 음악 저음악 검수원이라도 된 것처럼 비교해 보았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잠들기 전 상황을 설정해서 시도해 보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운 밤
좋아하는 음악을 들은 밤
의도적으로 선택한 소리를 틀어둔 밤
결과는 분명했다.
가장 잠이 잘 온 밤은 대체로 세 번째였다.
그때 나는 이걸 ‘우연’이라고 넘기지 못했다.
이 장에서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다.
누군가에게 치료를 의존하기 전 나 자신을 해치지 않는 방향을 찾았고
그 방향의 이름이
‘소리’였을 뿐이다.
대단한 해결책을 제시한다기보다 약을 선택하기 전에
혹은 약과 함께라도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작은 선택지를 꺼내 보이고 싶다.
다음 장에서는 왜 소리가 이렇게 조용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마음을 건드리는지에 대해 내가 느낀 방식대로 이야기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