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소리는 왜 마음을 먼저 건드릴까

by 상서StellaYoung

나는 한동안 이 질문을 품고 지냈다.

왜 어떤 소리는 스쳐 지나가고, 어떤 소리는 마음 한가운데를 툭 건드릴까.

왜 같은 음악을 들어도 누군가는 위로를 받고, 누군가는 더 불안해질까.

답을 찾기 위해 전문서를 펼치기보다는 내 일상을 먼저 들여다보았다.

왜냐하면 내 몸과 마음은 이미 많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귀보다 먼저 반응하는 곳이 있다

어떤 소리는 귀에 잘 들리지 않아도 마음에는 또렷이 남는다.

반대로 크고 화려한 음악이 귀를 가득 채워도 마음은 전혀 움직이지 않을 때도 있다.

그 차이는 청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마음이 반응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의 문제였다.

나는 불안한 날에 빠르고 감정이 많은 음악을 들으면 오히려 숨이 가빠졌다.

반대로 아주 단순하고 반복적인 소리를 들을 때 가슴이 조금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 알았다.

마음은 설명보다 리듬과 속도에 먼저 반응한다는 것을.

마음에는 각자의 ‘속도’가 있다

우리는 모두 같은 하루를 살지 않는다.

같은 시간을 보내도 마음이 움직이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날의 나는 마음이 앞서 달려가 있었고,

어떤 날의 나는 아무것도 하기 싫을 만큼 느려져 있었다.

문제는 그 속도와 맞지 않는 소리를 들을 때 생겼다.

마음이 이미 빠른데 더 빠른 소리를 들으면

불안은 커졌고, 마음이 무거운데 너무 밝은 음악을 들으면 오히려 더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음악을 고를 때 이렇게 물었다.

“이 소리는 지금 내 마음의 속도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을까?”

가사는 생각을 데려간다

가사가 있는 음악은 생각을 데려간다.

그게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지금 이 순간 내 생각을 지키고 싶을 때는 가사가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잠들기 전, 혹은 불안한 밤에 가사가 있는 노래를 들으면

마음은 쉬지 못하고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사랑, 이별, 후회, 그리움.

그 감정들은 이미 충분히 하루를 살면서 느낀 것들이다.

그때의 나에게 필요한 건 이야기가 아니라 쉼이었다.

반복은 마음을 안심시킨다

나는 반복되는 소리를 들을 때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멜로디가 크게 바뀌지 않고,

갑작스러운 전환이 없고,

그저 같은 흐름이 이어지는 소리.

그 반복은 지루함이 아니라 안심에 가까웠다.

마음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아, 이 소리는 나를 놀라게 하지 않는구나.”

불안한 마음은 늘 다음 변화를 경계한다.

그래서 반복은 마음을 잠시 쉬게 한다.

소리는 설명 없이 작동한다

말은 이해해야 하지만 소리는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소리는 설득하지 않고, 강요하지도 않고, 조용히 스며든다.

내가 음악을 들으며 회복되었던 이유는

그 소리들이 나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울어라, 잊어라, 이겨내라

같은 말 대신 그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괜찮아, 여기 있어도 돼.”

이 장을 마치며 이제 더이상 소리를 함부로 대하거나 다루지 말것을 또한번 마음에 새겨 본다.

그 소리가

내 마음의 속도를 바꾸고,

하루의 질을 바꾸고,

나를 대하는 태도를 바꾼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음 장에서는 내가 어떤 소리들 속에서 자라왔는지,

그리고 왜 30대가 되어서야 ‘정돈된 음악’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는지를

조금 더 개인적인 이야기로 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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