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난임

by 껌딱지

처음 난임병원에 발을 내딛기까지가

큰 관문이라고 하던데 나는 그게 제일 쉬웠다


결혼 6개월이 조금 넘은 시점,

우리부부는 본격적인 임신 준비를 시작했다


'8월에 임신 성공하면 5월생이래.

5월생은 잔병치레없이 건강하다는데

혹시 모르니 7월부터 준비해보자' 라며

행복한 미래를 그리며 남편과 얘기하던 나날들


꿈이 컸다.

어쩜 그리 대담한 꿈을 품었었는지 -



7월 임신 실패 후, 8월도 연달아 실패.

뭔가 마음이 조급해졌다

계획대로 안되면 직성이 안풀리는 이놈의 성격.


'나는 시간낭비 하기 싫어.

혹시 모르니 우리 산전 검사 한 번 해보자'


9월, 남편을 이끌고 난임병원에 방문했다


악명높은 나팔관 조영술을 할 때는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남편과 나 모두 눈에 띄는 문제점은 없었다


하지만 별 문제가 없다는 말과 달리,

그 날 이후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혹시 몰라 방문했던 난임병원은

어쩌다 타이밍 잘 맞게 방문해버린 꼴이 됫다


나는 진짜 난임이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그 말이 이젠 나를 미치게 한다


만 33세라는 타이틀의 나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우리 부부는 상의 끝에 인공수정을 해보기로 마음을 모았다


'제발 인공수정만은 성공했으면..

별문제도 없다는데 설마 이것도 안되겠어?'


설마는 사람을 잡고,

크고 담대하던 나의 꿈은 조금씩 꺾여갔다



오늘로써 인공수정 3차도 실패로 종결.


전에 없던 강박증과 불안증을 얻었다

안 그래도 예민한 성격에 호르몬 범벅이 되어

남편을 못살게 굴고 있다


'모든 걸 내가 감당하고 있으니 그 정도는 참아줘'

라고 생각 하면서도

한편으론 미안하고 내가 왜 이럴까 싶다


오늘 피검사로 확인사살을 당한 후,

의사는 시험관을 권유했다


인공수정 3차 이후 4차나 5차는

성공률에 있어서 별 의미가 없으며

시험관 진행 시 내 난자와 남편의 정자가

수정하는 과정이 문제인지, 착상이 문제인지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고 했다


결혼을 하면 아이는 당연히 생기는 줄 알았던,

살면서 시험관이라는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나는

마음을 좀 차분히 가라앉혀보기로 했다


내가 진짜 아이를 원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시험관이라는 마지막 관문에 도전해 볼지,

아이가 없는 삶은 산다면 내 미래를 어떻게 그릴 지.


이 난임의 여정이 어떻게 끝나는 게

내 마음에 쏙 들지 최선을 다해서 고민해 보기로 했다


또한 이 난임의 순간들을,

아프지만 의미있는 시간으로 남기기로 했다

내가 다른 사람들의 난임일기를 읽으며 위로를 얻었듯이

이 글 또한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늘이 그 시작점이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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