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면서,
직장에 나의 난임 소식을 오픈하기로 했다
미루고 미루던 일이었으나
본격적으로 병원을 다니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나를 안타깝게 보는 시선을 얻었지만,
동시에 암묵적인 배려도 생겨났다
나쁜 것 하나, 좋은 것 하나 얻었으니 뭐 -
그냥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일개 직장인이 그렇듯이 난임휴가는 사치였다
나는 9시까지 출근,
난임병원은 8시부터 진료가 시작된다
이럴려고 신혼집을 여기에 구했는지
마침 우리집에서 난임병원까지는 차타고 10분 거리.
어쩌면 내가 난임이 된게 운명이었나 싶기도 했다
병원에 가는 날이면 아침부터 분주하다
아침 잠이 많은 나는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나
겨우겨우 눈뜨고 머리만 감는다
교대근무를 하는 남편은
내가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
간단한 아침을 차리고,
추위를 많이 타는 나를 위해
유리병에 따뜻한 물을 담아서 손난로를 준비한다.
내가 따뜻한 방석에 앉아서 머리를 말릴 수 있게
드라이기로 내가 앉을 방석도 데워준다
눈물이 날 뻔한 순간이었다
식상하지만,
'이 순간순간들이 쌓여 결국엔
아기를 만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래 동전에 양면이 있듯,
내가 난임이 아니었더라면
이런 자상함 끝판왕같은 남편 모습은
평생 모르고 살았을 지도 몰라
아직은 어두운 아침 7시,
남편과 함께 차를 타고 터널을 하나 지나 난임병원에 도착한다
출근하는 병원 직원들보다
더 빨리 도착해 주차를 하고,
텅 빈 로비에 서로를 기대고 앉아 잠시나마 눈을 붙인다
부랴부랴 진료를 보고 다시 출근길에 오른다
그렇게 또 평소보다 긴 하루가 시작된다
끝이 보이는 터널처럼
인생의 한 챕터가 어서 지나가기를 바라며,
아무도 없는 일터의 형광등을 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