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술실 앞, 남편들의 풍경

by 껌딱지

어항 속에 있는 손바닥만한 물고기만이

유영하듯 평안해 보인다


난임 병원 시술실 앞 대기실은

고요하고 적막한 바다.


기다림이라는 배를 탄 남편들이

잔잔한 파도 위를 떠다니는 듯하다


간호사 선생님께서 적어주신

인공수정 시술 순서를 읽고 또 읽는다


'잘하고 올게' 하고 시술실로 들어간다

뭐, 내가 하는 건 없지만 그래도

잘하고 올게 -


긴장되는 분위기의 시술실 안에서

내 이름과 남편 이름이 제대로 적혀있는지,

정확히 불리는지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집중한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유일하게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건

담당 의사 선생님의 목소리뿐이다.


시술이 잘 되었다며

가볍게 어깨를 토닥여주시는 손길에

고무줄처럼 팽팽하던 마음이

조금은 느슨해진다


아릿한 통증을 안고 30분간 휴식 후

시술실 밖을 나선다


문이 열리자 망망대해에 떠있던 남편들이

일제히 고개를 든다


'이번엔 내 와이프구나!'

하는 남편의 상기된 표정이 귀엽다


내가 가까워지자 발을 동동 구르며

아프진 않았냐고 호들갑을 떠는 그 모습이

마치 나만 기다리던 강아지 같다


내 등장에 주변을 살피던 뱃사공들은

다시 한번 적막한 시간을 맞이한다


얼마나 더 이어질지 모르는 고독한 시간.

남편과 아내는 각자의 자리에서

이 기다림을 견디고 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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