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수정의 과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정확히 말하자면,
인공수정 후 '기다림'의 시간에 비하면
별로 어렵지 않다는 뜻이다
주사 공포증이 있는 나는,
인공수정을 결정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작년 여름, 발가락에 종양이 생겨
수술을 앞두고 입원했을 때였다
간호사가 혈관을 찾지 못해 여러번 주삿바늘을 찔럿고
극심한 스트레스와 공포 때문에
속이 메스꺼워 헛구역질까지 나올 정도였다
어렸을 때부터 크고 작은 수술을 겪다보니
나는 아픈 것보다, 아플때 맞는 주사가 더 무서워졌다
그런 내가
스스로 자기 배에 주사를 놓아야 하는
인공수정을 결심했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포기를 뜻했다
남편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나 대신 주사놓는 법을 배워 온 남편은
처음 주사 놓기 전날 밤에는 잠까지 설쳤다고 했다
그 얇고 날카로운 바늘이
보는 이마저 긴장하게 만들 줄이야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했던가
내 일상이 주삿바늘 속에 던져지니
조금이나마 무뎌지는 듯 했다
예상치 못한 진짜 복병은 따로 있었다
인공수정이 끝난 뒤 주어진 14일의 시간.
나는 딱히 이렇다 할 종교가 없어 성경에는 무지하지만,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는데
6일이 걸렸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다
6일만에 어떻게 이 모든걸 창조하셨는지
의심이 들 수도 있지만 천만의 말씀.
인공수정 후 14일을 겪어봤다면
6일은 억겁의 시간인 것을 -
내 온갖 신경은 몸의 사소한 변화에 집중되고,
작은 증상 하나에도 검색량은 폭발한다
나는 결국, 기다림의 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한 줄이 선명한 임신 테스트기를 마주한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테스트기를 몇번이나 다시 보면서
실낱같은 희망을 찾고있는 내가 가엾다
가느다란 희망을 손에 쥐고
'인공수정 14일차 증상'까지 찾아보기를 끝내면
마치 가소롭다는 듯,
새빨간 생리혈이 흘러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