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준비하면서
안 그래도 예민한 성격이 최고치를 찍었다.
건강염려증인가 싶을 정도로 특히 건강에 예민해졌다
조금만 아파도 병원 문을 두드린다
인공수정 실패 후,
밑이 불편하고 다리가 저려서 검색창을 열었다
산부인과에서는 특이사항이 없다고 하니
골반 정맥 쪽 문제인가 싶어 다른 병원을 찾아본다
시험관으로 넘어갈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선 지금.
한 달 쉬면서 고민해 보기로 한 김에
애매한 증상 먼저 해결하기로 한다
나는 제일 눈길이 가는 병원을 찾았다
마침 내 친구도 그 병원에 내원한 적이 있다며
적극 추천을 해서 병원을 예약했다
진료실에 발을 들였다
선해 보이지만 날카로운 눈빛의
의사 선생님이 나를 스캔한다
증상을 말하고 과거력,
난임으로 시술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아주 자세하고 꼼꼼히 질문하고 대답한다
선생님께서는 왜 난임병원을 다니느냐 물었다
나에겐 다소 황당한 질문이었다
'그야 제가 난임이니까요...?'
결혼 후 1년이 지나도록 임신 소식이 없어
난임병원에 다니는 중이라고 했다
요즘 전반적인 몸 상태는 어떠냐고 물었다
나는 컨디션이 별로 좋지는 않다고
예민한 성격 때문에 특히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떨어졌기 때문에
예민해진 게 아닐까요?'
거꾸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음 그럴 수도 있을까...?
그 말을 시작으로 긴 상담이 이어졌다
선생님께서는 필요한 검사를 진행하기 전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자기도 경험했지만,
아이를 잘 품고 성장시켜서 건강하게 낳는 것 까지가
한 여정이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지금 난임병원을 다니면서
임신, 착상에 성공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했다
아이를 품는 것도 잘 자라도록 지켜주는 것도
결국엔 내 컨디션과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지금 나의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보기를 바란다는 말.
어쩌면 남편과 나는
가장 중요한 것을 간과했던 것 같다
임신은 내가 바라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일 뿐이었다
병원 문을 나선 후,
평소 남편이 가보고 싶다던 절에 가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간절함을 올려 쌓은 돌탑에
남편이 내 손에 쥐어준 희망 하나를 얹어본다.
나는 결혼 후 처음으로
'건강한 아기를 갖게 해주세요'가 아닌
'우리 부부가 스스로를 잘 챙기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게 해 주세요'라고 빌었다
우리는 때때로 진짜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산다
한번쯤 거꾸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 달. 고민과 숨 고르기의 시간
그 안에서 나는 나를 돌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