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신비로운 청소년기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남녀 불문 누구나 겪는 ‘청소년기’
아동기와 성인기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는 청소년기는 엄청나게 신비로운 시기이다. 아동도 성인도 아닌 그러나 아동이기도 하고 성인이기도 한 청소년들의 내면은 영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의 인간 발달 단계 중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요롭고 다채롭다. 청소년이 아니라면 느낄 수 없는 것들을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표현한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하루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을 느끼기도 하지만, 또 다른 날에는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좌절을 느끼기도 한다. 그 어느 누구도 잣대를 가지고 그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감히 평가할 수 없다. 그래서 청소년기는 더욱 복잡하고 격렬하며 어렵다.
청소년기의 특징
과도기적 단계에 놓여 있는 청소년들은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대혼란의 카오스를 겪고 있다. 청소년기에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그들만의 특징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간다. 하나의 상황만으로 과잉 일반화를 하기도 하고, 상상의 관중을 가지고서 주변의 모든 사람이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또는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천하무적이기 때문에 나쁜 일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개인적 우화의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청소년들은 ‘또래집단’의 영향력을 크게 받는다. 친구가 내 삶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또래집단이 삶에서 중요한 영역으로 삼아진다.
진짜 자아, 가짜 자아
이처럼 청소년에게 세상의 중심은 ‘나’이기 때문에, 자신의 내외부에서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통해 ‘나‘를 찾아가려 한다. 나는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 등 '진짜 자아'를 찾아가기 위해 내적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한 여행자처럼 이곳, 저곳을 방랑하면서 내게 맞는 곳을 찾아가기 위해 깨지고 부딪히면서 견고하고 단단해진다.
하지만, 모든 청소년들이 그 시기에 진짜 자아를 찾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반은 가짜 자아만을 좇고 있을 것이다.
진짜 자아와 가짜 자아? 도대체 무엇인가.
진짜 자아가 키를 잡고 자신의 힘으로 배를 조종하는 조종사라면, 가짜 자아는 마치 조종당하는 배로 사는 것이다. 나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삶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삶을 사는 것이 바로 가짜 자아이다
미디어 문화가 만든 가짜 자아
특히나 요즘 청소년들은 가짜 자아로 분열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바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문화’적인 요인 때문이다. 21세기 청소년들은 자극적이고, 거짓 정보가 난무하는 미디어로 가득 찬 세상에서 살고 있다. 접근성이 좋은 스마트폰, TV 등과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마른 여자들이 예쁘다, 남자는 키가 커야 매력이 있다.” 등의 마인드가 무방비 상태로 놓여있는 우리의 의식 속으로 파고들어 자리 잡는다. 때문에 자신의 외적 요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청소년들은 더욱더 미디어 사회가 만든 이 세계의 가치관에 순응하며 살아가게 된다. 극단적으로 다이어트를 한다거나, 키가 크지 않는 남자는 매력이 없다고 생각하며 놀려대고, 화장하지 않는 친구를 무시하기도 하며 흔히들 이야기하는 ‘요즘 것’들을 모르면 무리에 끼워주지 않기도 한다. 즉,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또래 집단에 들어가기 위해 화장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이성에게 매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살을 빼거나 몸을 키워야 하며, 조신해지거나 때로는 털털해져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결국 사회가 원하는 가짜 자아와 연결되어 진짜 자아를 잃어버리게 된다.
또한 미디어 문화는 전자기기를 통해 친구들과 접촉하게 만들기 때문에 실제로 만나서 어울리는 빈도가 이전보다 현저히 낮도록 만든다. 이는 청소년들이 사회적 기술을 발달시키고, 감정과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자신이 아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 줄 기회를 놓칠 뿐만 아니라 갈등을 원만하게 대화로 해결하는 방법조차 배우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 자신을 돌볼 기회가 없어지게 되면서 진짜 자아가 무엇인지 찾아가는 시간을 갖지 않게 되고, 결론적으로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한 요건들을 갖추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진짜 자아를 찾아가기 위해
이처럼 소셜 미디어라는 21세기의 새로운 문화는 청소년들의 인식 체계에 지나친 영향을 주어 가짜 자아로 분열되도록 만든다. 결국 스스로 성장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린다. 풍요롭고 복잡 미묘한 청소년기가 다른 발달 단계보다도 다양한 관점에서 진짜 자아를 가장 잘 찾아갈 수 있는 시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기에 나의 자아를 찾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짜 자아를 찾기 위해서 청소년들은 세상으로 직접 나가서 두 발로 많은 도전 과제를 탐색하고 달성해야 한다. 의미 있는 방식으로 서로의 진짜 자아를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판단력과 도덕적 상상력을 높여야 한다. 내면에 집중하는 힘을 길러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는 누구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필자는 청소년기에 남에게 보이는 삶에 집중한 탓에 진짜 자아를 찾지 못했다. 부모님, 선생님 등 이 사회가 내게 기대하는 상에 맞추어 살아갔고, 그것이 내가 진정 원하는 나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그래서 청소년기가 끝난 성인 진입기인 지금에서야 진짜 자아를 찾아가기 위해 내면에 집중하고 있다. 다이어트 약을 먹으면서까지 살을 빼고 싶었던 나는 살에 대해 그리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이었다.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한 나는 오히려 혼자의 시간을 더 즐기는 사람이었다. 남에게 쓴 말을 잘 못했던 나는 생각보다 해야 할 말을 잘 하는 사람이었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필자처럼 청소년기에는 진짜 자아를 찾지 못하고, 성인이 되어서야 서서히 살펴보는 과정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청소년기가 지난, 나와 같은 여러분들은 지금부터 진짜 자아를 찾아간다 하더라도 절대 늦지 않다. 그러니 함께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고 진짜 자아를 찾아가 보자. 자신의 내면, 진짜 자아에 강하게 몰두하고 집중하다 보면 어느샌가 이 자아는 매일 성장하고 있을 것이다.
[출처]
The Psychology Times 우가현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5732
[참고문헌]
메리 파이퍼· 새러 파이퍼 길리엄, 「내 딸이 여자가 될 때」, 문학 동네, 201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