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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 May 23. 2023

헐뜯을 용기

누구나 살면서 적어도 한 번쯤은 아니, 그 이상은 분명 남을 헐뜯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험담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단언컨대 없을 것이다.

 

오늘 당신의 기분이 좋지 않았는가? 자, 그렇다면 당신의 하루를 주변 이들에게 말해보아라. 누구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혼이 난 상황을, 또 누구는 팀플을 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조원에게 화가 난 상황을 말했을 것이다. 과연 이때 우리는 ‘상황’만을 이야기할까?

 

“실수로 고작 컵 하나 깨뜨렸는데, 사장님이 창피하게 손님 앞에서 불같이 화내셨어. 진짜 너무하지 않냐?”, “오늘까지 조원이 피피티 만들어오기로 했는데, 연락 두절됐어. 걔 정말 예의 없고, 무례한 것 같아.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답은 아니다. 우리는 겪었던 일에 대한 상황 설명과 함께 그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며 상대의 공감을 필요로 한다. 이때, 중요하게 살펴보아야 할 점은 그 감정이 ‘누구’에 의해 야기되었냐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관계를 맺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나의 하루에는 항상 타인이 함께한다. 고로 우리는 타인에 의해 영향을 받고, 타인에 의해 감정이 형성되기도 한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 때문에 자신의 하루를 말할 때 대부분 타인이 등장하고, 그 타인에 의해 긍정과 부정의 감정이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또한 타인은 나의 하루뿐만 아니라 ‘나’ 자신이 누구인지 설명할 때도 나타난다. 우리의 성격은 선천적인 영향뿐 아니라, 주변 환경에 의해 후천적인 영향을 받아 형성된다. 때문에 살아온 환경 즉, 제3자로 구성된 내 주변 환경의 언급을 통해 청자에게 성격, 습관 등 나라는 사람의 존재를 설명하곤 한다.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이나 성격을 말할 때면 그 감정을 만든, 그 성격을 띠는데 영향을 준 장본인을 탓하고, 욕하고, 나쁘게 말하게 된다. 결국 우리는 험담을 하게 되는 것이다.

 

험담하는 사람들의 심리

험담의 정의는 남의 흠을 들추어 헐뜯는 말이다. 따라서 험담은 어떠한 이유로도 도덕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험담은 비도덕적이기 때문에 험담을 할 때는 숨어서 해야 하고, 비밀결사 동질감을 갖게 된다. 공동의 적을 세워둠으로써 집단의 결속력을 강화시키고, 사람의 모르는 부분을 알고 싶어 하는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해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험담을 한다고 한다.

 

험담이 나쁜가요?

험담은 나쁜 것일까? 필자는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험담’이라고 규정 지어 놓으니 나쁘게 보이는 것이지, 단순히 내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감정적 공감을 요구하는 것일 뿐이다. 즉, 내 이야기를 하는 것뿐인데 ‘험담’이라고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럼 험담은 좋은 것일까? 그것도 아니다. 어쨌거나 남을 헐뜯는 것이 맞지 않는가.

그렇다면 험담을 해도 된다는 말인가, 하면 안 된다는 말인가? 이는 ‘관계의 맥락’과 ‘상황적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관계의 맥락부터 살펴보자. 여기서 말하는 관계의 맥락이란 나와 청자의 거리가 얼마나 가까운가를 말하는 것이다. ‘관계’라는 것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줄 때 신뢰도가 쌓이면서 더욱 가까워진다. 그래서 내 이야기를 무조건적으로 해야만 하는, 내 감정에 대한 공감을 바라게 되는 사람과의 대화에 있어서는 ‘험담’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관계의 거리가 그다지 가깝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험담을 하는 경우가 있다. 분위기를 풀기 위해서, 내가 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사람들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서 말이다. 바로 상황적 맥락이다. 그런 험담을 끊임없이 하게 되면,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지속되면 태도가 된다. 결국, 태도가 된 험담 때문에 비호감이었던 감정이 싫어하는 감정이 되고, 싫어하는 감정이 혐오하는 감정으로 증폭되어 버린다. 그뿐이면 다행이다. 더욱 최악은 바로, 태도가 된 험담하는 자세는 결국 나라는 사람 자체를 헐뜯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적 맥락은 관계의 거리가 가까운 사람이더라도 항상 경계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남을 헐뜯을 용기

따라서 험담을 하기 위해서는, 남을 헐뜯기 위해서는 그것을 감수할 책임감과 그만한 용기가 필요하다. 험담이 습관이 되지 않게, 그 습관이 태도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 그리고 청자와의 관계에 따라 내뱉어야 할 것이다. 그 한 마디조차도 신중히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말해야 한다. 너무 당연하게 험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하는 매 순간 남을 헐뜯을 용기를 가지고 대화를 해야 한다. “고집불통이다.”, “형편없다.” 등과 같이 상대의 고유한 기질을 직접적인 말로 깎아내리기보다는 “그 사람이 자신의 주장을 잘 굽히지 않는다.”, “주어진 업무를 꼼꼼하게 처리하지 못했다.” 와 같이 내 감정을 상하게 한 그 행동에 대해 비판적으로 말해야 할 것이다. 험담의 대상이 되는 사람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동시에 장점도 함께 볼 줄 아는, 다시 말해 그 인물에 대한 균형 있는 평가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험담이 필요한 상황에서 바람직한 태도로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함을 명심하자.



[참고문헌]

사이토 이사무 지음, 「사람은 왜 험담을 할까?」, 스카이, 2014.03.20


[출처]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59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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